[2007-01-22] | • 자료원 : 머니투데이 |
" '로또 아파트'에 당첨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1억5000만원 이상 받아줄 테니 전화번호와 이름 좀 알려주시죠."
지난 19일 오전 10시 수원 인터체인지 인근 용인 흥덕지구 경남아너스빌 견본주택 현장. 당첨확인을 위해 직접 현장에 나온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당첨자에게 여러 사람이 따라 붙으면서 이 같은 말을 건넸다. 이들은 다름 아닌 일명 '떴다방'업자들이다.
이들은 용인 흥덕지구 뿐만 아니라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유망 택지지구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불법 전매'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단속은 별다른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한 채 유망택지지구의 입주단지에서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동백지구 불법 전매 매수자 피해 '줄소송'=이 같은 '떴다방'을 통해 거래된 '불법 전매' 때문에 용인 동백지구는 시끄럽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입주가 시작된 동백지구에서는 떴다방을 통해 거래된 불법전매 때문에 전 당첨권자의 명의이전 거부 등으로 법적 소송으로 번져 금전적, 심적 피해를 본 분양권 매수자가 적지 않다.
용인 수지 20평형대 아파트를 소유하던 A모씨(35세)가 대표적인 경우. A씨는 평형대를 늘려가기 위해 지난 2003년 분양된 동백지구의 한 34평형 아파트 분양권을 '떴다방'업자를 통해 3000만원 주고 샀다.
그러나 동백지구는 지난 2002년 11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이듬해부터 분양권 전매가 금지됐다. 하지만 A씨는 입주 때 명의이전을 받는 조건으로 법무사의 공증을 받아 가등기를 해 놓는 '복등기'형태로 하면 문제가 없다는 '떴다방'업자의 말을 믿고 샀다가 입주 1년째 다 돼 가도록 현재까지도 명의이전을 받지 못하고 당첨권자와 소송에 걸려 있다.
입주 시점에 3억원이 '훌쩍' 올라버린 아파트 시세 때문에 당첨권을 판 전 주인이 추가 웃돈을 요구하면서 명의이전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떴다방' 업자는 이미 잠적해버린지 오래여서 어디에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으로부터도 세무조사를 받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피해 사례는 이달 말 입주가 시작되는 동탄신도시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앤아이 박상언 대표는 "동탄 30평형대 아파트 분양당시 2000만~3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떴다방을 통해 거래된 사례가 많았다"며 "하지만 현재 시세가 분양가보다 2억5000만원이 더 올라 있어 당첨권자와 매수자 사이의 법적 싸움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떴다방 기승' 환경조건 다 갖춰져=이처럼 '떴다방'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불법 전매'를 할 수 있는 '법적 틈새'가 적지 않기 문이다.
현재 공공택지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전매제한이 길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중소형과 중대형 평형 아파트의 전매 제한 기간이 각각 최고 10년, 5년씩이다.
그러나 성남 도촌지구나 용인 흥덕지구의 중대형 평형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입주시점에서 등기한 이후 전매가 가능해 제한기간이 짧다. 당첨 후 2~3년 정도면 수억원의 차익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분양가가 주변시세에 비해 훨씬 저렴해 당첨자들은 시세차익을 바로 챙길 수 있다는 '떴다방' 업자들의 꼬임에 넘어가기 쉽다. 따라서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청약이 몰리는 곳은 사전 단계부터 집중 단속을 통해 불법 전매를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집마련정보 함영진 팀장은 "입주 후 곧바로 전매가 가능하고 입주도 빨라 떴다방들이 작업 대상으로 꼽고 있는 곳"이라며 "실수요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불법 전매 알선자 뿐만 아니라 거래 당사자들의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앞으로 민간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일률적으로 적용되면 '떴다방'의 기승이 한층 조직적이고 은밀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성남도촌이나 용인흥덕지구 처럼 큰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곳에는 전매제한 기간을 판교 수준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며 "중대형에 대해서는 채권입찰제 외에도 투기 가수요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기자 dbman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