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근태 칼럼니스트] 북한산 등반 후 시원한 음료수를 마실 때 어떤 기분인가? 날아갈 것 같을 것이다. 한강변을 몇 킬로 조깅하여 땀으로 온 몸을 흠뻑 적신 후의 상쾌함은 어떤가? 그 때도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 일 등으로 삶이 우울해 보이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고 자신감으로 넘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현대인은 너무 편하고 풍요롭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다. 자동차가 늘면서 이런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다 보니 남은 칼로리는 모두 살로 가고, 뚱뚱해진다. 살이 붙으니 더 게을러지고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살은 가속적으로 붙고 그 스트레스로 더 먹어대고 차만을 타고 움직인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운동을 하지 않고 움직이기 싫어한다는 것은 단순히 비만의 문제로만 연결되지 않는다. 그보다 정신적으로 황폐해진다는 것이 문제다.
조지 쉬언이 쓴 `달리기와 존재하기`는 달리기에 대한 고전작품이다. 달리기라는 말이 있으니 운동에 관한 책이라고 오해 하겠지만 사실은 명상록과 같은 책이다. 운동은 좋은 심성을 만들고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내가 아는 김 사장은 채용기준으로 운동을 반드시 넣는다. 물론 운동만 잘 한다고 채용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조건이면 운동 잘 하는 사람을 뽑는다는 얘기다. 이유는 운동 잘 하는 사람이 좋은 성격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것. 이처럼 운동은 좋은 심성을 만들고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운동을 통해 인간은 자유로워진다. 운동을 할 때, 인간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숨어있는지 알게 된다. 운동은 다른 어떤 행위보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한다.
특히 젊은 시절의 운동은 보약과 같은 역할을 한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경영자 GE의 잭 웰치 회장에게 그런 탁월한 리더십을 도대체 어디서 배웠느냐고 질문을 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저는 젊은 시절에 운동광이었습니다. 풋볼, 야구, 아이스하키 등 안 해 본 경기가 없습니다. 아이스하키의 경우는 프로 진출까지 고려할 정도였지요. 그런 단체 경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리더십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좋은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요. 팀웍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기업운영의 모든 노하우를 스포츠를 통해 배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성공한 CEO 중에는 유난히 젊은 시절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이 많다.
운동은 단순히 몸을 튼튼하게 한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인격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대인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판단할 때도 운동을 좋아하는지, 잘 하는지는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에 비해 성격적으로 원만할 확률이 높다. 운동은 지적으로도 최고의 성과를 내게 한다. 그래서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이 일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 운동을 안 하고 계속 책상에 붙어 있는 사람이 일을 많이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계속 책상에 앉아 있으면 머리가 띵해지고 생산성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으로 땀을 빼면 새로운 에너지가 넘치게 된다. 집중력도 발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적 노동자가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몸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운동은 최상의 명상 도구이다. 달리다 보면, 산을 오르고 산책을 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소로우는 산책한 시간만큼만 글을 썼다.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때는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운동과 명상은 분명히 하나다. “가능한 앉아서 지내지 마라.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면서 얻는 게 아니라면 어떤 사상도 믿지 마라.” 니체의 얘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경야독은 참으로 맞는 말인 것 같다.
취직도 되지 않고, 미래는 보이지 않고, 정말 청춘은 힘든 시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은 아름답고 누구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런 고달픔을 잊는 방법 중의 하나가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것이다. 20세기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는 이런 얘기를 했다. “운동에서 구원을 찾으라. 운동을 통해 다른 실제적인 일들이 베풀지 못하는 가르침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