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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생각 정리하기

by 홍반장 2007. 4. 15.
 
(한근태의 靑春전략)생각 정리하기
[이데일리 한근태 칼럼니스트] KBS 생방송 `오늘`에 6개월간 출연한 적이 있다. `21세기와 리더십`이란 제목으로 윤은기 박사와 일주일에 한 번씩 10분 정도 대담하는 것이었다. 제목을 정하고, 내용을 구상한 후, 질문지를 미리 만들어 사회자에게 주고 나는 대답을 하는 형식이다. 방송을 처음 하는 나로서는 6개월 동안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처음 녹음하던 날의 일이다. 나름대로 정리해서 10분 동안 방송을 했는데 작가가 화를 냈다. "그렇게 재미없게 하면 어떻게 합니까? 재미가 없으면 청취율이 바로 떨어지는데.." 맞는 말이다. 엄숙하고 경건하게 `리더십이란 무엇이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누가 듣겠는가.

일반 강의, 워크숍과는 달리 방송은 꽤 신경 쓰이는 작업이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준비한다는 것이 여간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아니다. 우선 제목을 생각하고, 그 제목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어떻게 하면 부드럽게 말문을 열 수 있을지, 주장에 맞게 어떤 사례를 인용할지, 재미를 위해 어떤 유머를 활용할지, 마무리는 어떻게 할지..말하는 시간은 10분에 불과하지만 몇 시간씩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정말 머리에서 열이 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방송을 끝내고 그 소재로 글을 쓰면 글이 쉽게 써진다는 것이었다. 머릿속에서 1차로, 말로 2차로 정리를 끝냈기 때문에 글로 옮기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밝히고 상대의 말뜻을 알아차리는 것은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말하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말하기와 글쓰기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커뮤니케이션 이외에 또 다른 기능을 갖는다. 바로 `생각의 정리 정돈`이다.

인간은 하루에 오만 가지가 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막상 전달하려면 문제가 생긴다. 횡설수설하고, 중언부언하고, 앞뒤 연결이 안되고, 핵심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생각을 정리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은 개인의 평가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절대 위로 올라갈 수 없다. 리더십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 훈련은 젊은 시절에 해둬야 한다.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자꾸 말해 보고, 이를 글로 다시 옮기는 것은 좋은 커뮤니케이션 훈련이 된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머리 속 정리를 도와준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다 보면 서서히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를 글로 옮기면 다시 한 번 정리된다. 정리가 안 된 생각은 글로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짧은 글은 긴 글보다 어렵다. 윌리엄 진서는 `글 잘 쓰기(on writing well)`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간결한 문체는 단순한 사고를 뜻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단순한 문체는 부단한 연구와 사고의 결과물이다. 애매한 문체는 게으른 나머지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사람의 것이다”

빌 게이츠도 말했다. “책 한 권을 쓰고 나자 책을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전기나 기록과 같은 논픽션을 쓰다 보면 여러 문제에 대해 절제된 방식으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쓰는 일은 누구에게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다. 이런 작업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 틈새나 모순을 찾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자극을 받는다”

젊은 시절부터 훈련해야 할 분야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만약 당신이 “똑같은 내용도 네가 말하면 알아듣기 쉽고 재미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이미 성공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이데일리 한근태 kthan@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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