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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 G10으로] ⑬ 동북아 FTA 허브를 만들자

by 홍반장 2007. 4. 15.
기사 입력시간 : 2007-01-21 오후 7:12:16
가자 ! G10으로 ⑬ 동북아 FTA 허브를 만들자
2003년 7월 21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외교부 국제회의실. 두 번째 한.멕시코 21세기위원회가 열리고 있었다.

회의 벽두부터 한국 측은 "한국과 FTA를 논의하자"고 재촉했다. 이에 멕시코 측은 "멕시코와 FTA를 논의하기 전에 당신네 농산물 시장 개방을 어떻게 할지부터 정하라"며 시큰둥했다.

"멕시코가 일본과의 FTA에서는 농산물 자유화를 빼지 않았느냐."(한국 측)

"한국(제조품) 시장이 일본만큼 크냐? 다음에 얘기하자."(멕시코 측)

몇 번 옥신각신한 끝에 자유무역협정(FTA)은 그 자리에서 더 이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다.



씁쓸한 한국 대표 앞에서 멕시코가 위세 부리듯 FTA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멕시코가 '중미의 FTA 허브'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캐나다 등 43개 나라와 FTA를 맺고 있었던 멕시코가 대외 협상 자리에서 국내 시장뿐 아니라 FTA를 맺은 다른 나라들의 시장까지 '멕시코 시장'으로 내세운 것이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십분 활용해 멕시코는 무역 협상에서 자국의 입장을 고집할 수 있었고, 그것은 물밀듯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수출로 드러나고 있다. 2005년 11월 세계은행 보고서도 만일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지 않았다면 외국인 투자는 지금보다 40%, 수출은 25% 줄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J W 메리어트 호텔 소회의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로 동북아 FTA에 관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도쿄대 이토 모토시게(伊藤元重) 교수는 "한.중.일이 직접 FTA 협정을 논의하는 것은 상호 입장 차이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 그것보다 지금 협상 중인 한.미 FTA를 타결하는 것이 동북아 FTA에 더 강한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 미국이 연결된 2조 달러의 통합시장에서 밀려날 수 없는 '일본과 중국이 한국과의 FTA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이토 교수가 내다본 것이다.

한.미 FTA가 성공적으로 타결되면 한국은 다른 무역 협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 된다. 일본.중국 모두 '한.미 통합시장'을 포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한국에 244억 달러(2005년)의 흑자를 내고 있는 일본의 입장이 매우 불리해지고, 중국도 마찬가지로 한 해 386억 달러를 팔아먹는 한국 시장이 당장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까지처럼 한국과 FTA 얘기를 하면서 일본이 농산물 시장 등을 열지 못하겠다고 고집을 피울 수 없을 것이고, 중국은 중국대로 한국더러 농산물 시장과 저급 제조품 시장을 과감하게 열라는 요구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자연스레 '동북아의 FTA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부담스러운 부문은 덜 열고 상대방 시장에서 우리가 자신 있는 부문은 더 열면서.

한.미 FTA를 서두르자. FTA를 맺지 않으면 미국 시장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조급증 또는 피해의식 때문만이 아니다. '동북아 FTA 허브' 한국으로 밀려들어 올 유수 기업과 기술과 국제자본을 위해서, 그리고 그에 따라 높아질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다.

김정수 경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