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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한국 영화 거품 빠지나

by 홍반장 2007. 4. 15.
한국 영화 거품 빠지나
수익성 악화ㆍ수출 급감 '빨간불'
영화산업 투기장화…위기론 대두
연합 | 기사제공 :
한국 영화산업이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해외수출이 급감하고 수익성이 악화되자 영화계 일각에서는 거품 논란이 일면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는 사상 처음으로 개봉 편수가 100편을 넘어섰으나 해외수출 규모는 전년보다 68% 감소한 2천451만 달러에 그쳤으며 총 108편의 개봉작 중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영화는 22편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 영화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일본으로의 수출 규모가 전년의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 수출급락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일본의 영화 수입사들이 한국 영화 수입을 꺼리다보니 초래된 현상이라는 것이 영화진흥위원회의분석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볼 때도 지난해 한국 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40억2천만 원으로,전국 관객 수가 최소 130만 명은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으나 지난해 개봉작 108편 중 1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22편에 불과했다고 영진위는 설명했다.

이처럼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에서는 좋지 못한 성과를 거둔 것을 놓고 영화계 내부에서는 한국 영화산업 전반에 거품이 너무 많이 끼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영화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이른바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자격이 안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영화판에 뛰어들어 영화시장이 일종의 투기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평론가 조희문 씨는 "한국 영화산업이 짧은 기간에 양적으로는 급속히 팽창했으나 해외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거의 없는 등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일종의 위기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인 나비픽처스 김성수 대표도 "한 해에 한국 영화가 100편이 넘게 개봉됐다는 건 문제"라며 "한국 영화시장의 규모나 여건으로 볼 때 60~70편 정도가 적당하며 지난해에는 (영화를 제작할 만한) 준비가 충분히 안된 제작자나 감독이 영화제작에 뛰어드는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개봉된 108편의 영화 중 절반 가까운 영화가 처음 영화를 만들어보는 이른바 '입봉' 감독들에 의해 제작됐다는 사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 대표는 "많은 재능 있는 젊은 감독들이 데뷔를 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지난해의 경우 상당수는 감독으로 데뷔할 만한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가 장사가 된다' 싶으니까 성급하게 메가폰을 잡은 경우가 많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영화 전문가들은 지난해 졸속으로 제작됐던 많은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올해는 한국 영화 제작편수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 영화제작자는 "많은 영화인들은 올해 영화계에서 적잖은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너도나도 영화제작에 뛰어들면서 사들인 고가의 영화제작장비와 수많은 부수인력들이 올해 어떻게 버텨나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