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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퇴이민 A to Z] (1)

by 홍반장 2007. 4. 15.
 
 
 
[은퇴이민 A to Z] (1) 준비안된 이민은 `외로운` 지옥행‥돈만 믿으면 실패
 
 
 
'탁 트인 푸른 바다와 눈부신 태양 아래 하얗게 빛나는 야자수,그리고 넓게 펼쳐진 초원 위에서의 골프 라운딩.' 영화의 한 장면을 꿈꾸며 동남아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올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9월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효(孝)박람회에 동남아 이민설명회를 참관하려고 수만명이 몰리는 등 관련 행사가 열릴 때마다 대성황을 이루는 게 이를 말해준다. 필리핀 은퇴청의 홍정렬 차장은 "매달 200만~300만원 정도면 '귀족생활'이 가능하다는 소문에 동남아 은퇴이민 희망자들이 폭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힘들게 살아온 과거를 생각하면 장.노년층은 분명 노후를 즐길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은퇴이민 전문가들은 "동남아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이민대상 국가의 경우 특정 단면이 지나치게 포장된 측면도 없지않다"고 입을 모은다. 돈만이 은퇴이민의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뜻이 깔려있다. 현지 환경 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없이 떠날 경우 고립감이란 또 다른 지옥을 경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필리핀으로 이민을 떠났다가 되돌아온 김모씨(65.경기도 시흥)는 "은퇴이민의 밝은 측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보여줘야 대비가 가능하다"며 이민알선 단체나 언론의 잘못된 태도를 노골적으로 꼬집었다.
 
그렇다면 은퇴이민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전문가들은 철저한 사전준비를 첫 손가락으로 꼽는다. 특히 현지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전한다. 기본적인 단어와 숫자 정도는 익혀야 '속임'을 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지인과의 친분을 통해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마다 생활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경제적 능력과 취미를 철저히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배우자나 자녀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실패사례까지 챙겨야 충동적인 결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
 
비자 등 제반 절차를 도와줄 믿을 수 있는 에이전트도 찾아야 한다. 각국별로 수십,수백명에 이르는 에이전트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현지 한인회나 대사관을 통해 추천받거나 공인된 에이전트 또는 여행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블로그,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도 다수 개설돼 있어 부지런히 손품을 팔면 관련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은퇴이민에 대한 확고한 결심이 섰다해도 사전답사 없이 곧바로 떠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3개월 정도 살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한다. 태국 은퇴이민 전문가인 오세림씨는 "2~3일 정도의 투어식 일정으로는 은퇴이민의 어두운 면을 제대로 체험해볼 수 없다"며 "3개월 정도는 머물러야 은퇴이민의 명암을 모두 이해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현지에서 쓸 수 있는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를 국내거래 은행을 통해 개설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국내에 재산이나 소득원천을 두고 떠나기 때문에 결제수단을 확보해 두지 않으면 일일이 환전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신용카드보다 직불카드 발급을 권한다.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신용카드 복사로 인한 피해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삿짐을 정리할 때는 웬만하면 집에서 쓰던 가전제품을 그대로 챙겨가는 것이 유리하다. 동남아 쪽이 대체로 물가가 저렴하지만 TV 등 공산품의 경우 오히려 가격이 비싼 곳도 많기 때문이다. 소화제 등 상비약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현지 의료보험에 가입해도 언어소통이나 환경상의 이유로 병원 이용이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여유로운 천국을 누릴 것인지,외로운 지옥에 빠질 것인지는 본인의 준비 정도에 달려있다.
(조재길·이호기 기자 road@hankyung.com)
 
 
[은퇴이민 A to Z] (1) 은퇴비자 발급은 어떻게‥필리핀등 4천만원이상 예치
 
은퇴이민 프로그램은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은퇴이민을 환영하고 있지만,예치금이 제각각인 데다 나이 제한을 두는 곳도 있다. 특히 은퇴이민을 위한 예치금의 경우 일정기간 되찾을 수 없어 이민생활 초기비용이 상승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필리핀
 
특별영주 은퇴비자(SRRV)를 받는 게 유리하다. 한국인 등 외국인과 필리핀 시민권자면 받을 수 있다. 다만 35세 이상이어야 한다.
 
은퇴이민의 경우 보증금이 필요한데,△35~49세 7만5000달러(미국 달러 기준) △50세 이상 5만달러 등이다. 은퇴청이 지정하는 은행에 6개월 이상 예치하는 조건이다. 은퇴청이 지난달부터 예치금을 한시적으로 낮췄지만 내년부터 변경될 수 있다. 연 50만원 정도를 내면 예치금을 찾아 쓸 수 있다. 2년 이내에 10만달러 상당의 거주용 주택도 구입해야 한다. 은퇴비자를 받은 후에는 3년마다 갱신하면 된다.

○말레이시아
 
2003년 말부터 우리나라와 일본 등을 대상으로 '말레이시아 마이 세컨드 홈(MM2H)'이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민 대신 장기이주 비자제도다. 국적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50세 이상일 경우 15만링기트(약 3950만원)를 말레이시아 은행에 예치하거나 월 1만링기트(약 270만원) 이상 고정예금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예치금을 담보로 대출(60% 미만)받을 수 있다.
 
50세 미만의 경우 두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이민이 가능하다. 특히 월 소득은 연금 등 말레이시아 외부에서 발생돼야 한다.
 
비자를 받을 경우 내국인과 동일한 교육혜택은 물론 신규차량 반입시 면세혜택까지 부여된다. 부동산도 자유롭게 취득할 수 있다. 수속은 대략 3~4개월 정도 소요된다.

○태국
 
50세 이상인 외국인이 80만바트(약 2000만원)를 태국 은행에 예치하거나 월 미화 1600달러 이상의 고정수입을 입증할 경우 1년 체류비자를 내준다. 매년 비자를 연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타일랜드 엘리트 카드'가 운영하는 외국은퇴자유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더 유리하다.
 
일종의 회원권 형태인데 가입비로 2만5000달러,연회비로 4만바트(약 120만원) 정도를 내면된다. 양도 및 환불이 가능하다. 골프.관광 등의 할인혜택과 연장이 가능한 5년 기한 복수비자가 발급된다.

○베트남
 
은퇴비자가 따로 없다. 6개월짜리 복수비자를 발급받아 6개월마다 갱신하는 방식이다. 어떤 식으로든 사업을 한다면, 비자 갱신이 쉽고 비용(갱신비용 약 100달러)도 절감할 수 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여서 원칙적으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 외국인은 주택 역시 소유할 수 없지만, 장기 임대계약(약 40년)을 맺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은퇴이민 A to Z] (1) 베트남.필리핀 `행복GDP`는 선진국
 
 
 
 
동남아 은퇴이민 붐은 한국 사회의 이중적 단면을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은퇴 후 그동안 모은 돈으로 우리보다 못사는 국가로 떠나는 것은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15년 전 동남아로의 은퇴이민이 시작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치솟는 집값,정체된 경제성장,심화되는 양극화가 은퇴 생활자들을 해외로 내모는 측면도 없지 않다. 20대 후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평생을 피땀 흘려 일해도 안락한 노후를 보장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평생에 단 한 번이라도 여유있는 생활을 누리고 싶다"는 한 은퇴이민 준비자의 고백은 이 같은 현실을 집약적으로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소득 2만달러를 앞둔 한국의 노년층이 1만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동남아 국가로 떠나는 것은 한국 사회의 '행복지수'가 그만큼 낮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GDP와 행복지수는 아무튼 상관관계가 없다는 역설이 성립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5년 1월17일자에 게재한 특집기사 '행복에 관한 새로운 과학'에서 "소득 수준과 주관적 행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잡지가 인용한 런던 정치경제대학 교수 리처드 레이야드가 작성한 '행복GDP(각국에서 '행복하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에 따르면 한국인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도는 70%대 중반. 반면 베트남과 필리핀 국민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도는 80%에 육박했다. 일본도 행복지수가 동남아보다 낮기는 마찬가지였다. '왜 동남아로'란 의문에 해답을 제시해주는 셈이다.
 
은퇴이민 전문가 김기범씨는 "소득 수준에 비해 높은 수준의 행복을 느끼게 하는 동남아의 자연적.사회문화적 환경이 삭막한 생활에 지친 한국 노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남아로 향하는 은퇴이민의 대열이 갈수록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란 얘기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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