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학선 강종구기자] 8.31부동산 대책이후 주택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에 부동산개발사업 자산유동화증권(ABS)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 유료뉴스인 `마켓플러스`에 11월 3일 오전 9시 정각에 이미 게재됐습니다)
대부분 아파트 건설과 관련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이용해 발행된 부동산개발사업 ABS들이 일부 건설사의 자금흐름 악화나 신용도 하락이 가시화될 경우 가격 하락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투자등급(BBB-이상)이지만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고 주택건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일부 건설사와 관련된 PF-ABS가 기피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이후 발행급증..대부분 시공사 신용보강
ABS를 통한 건설업체들의 부동산 개발사업 자금조달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고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체들의 새로운 자금조달원으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2002년 이후 침체돼 있던 ABS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작년 1분기에는 발행액이 2000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올해 2분기에는 2조4000억원을 넘었고 3분기에도 3조600억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부동산 PF-ABS는 지금까지 대략 9조원 가량이 발행됐고 10월말 현재 총발행잔액은 6조3000억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발행건수를 기준으로 전체 발행의 70% 가량이 아파트나 주상복합 등 주택건설용이다. 대부분 ABS발행이 주택건설 부지 매입대금이나 초기 사업비 조달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분양 개시 전에 발행된 ABS가 절반을 넘는다.
ABS 기초자산은 대출채권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대부분 주택개발사업에서 분양대금 채권을 보유한 시행사의 신용도가 낮아 자산유동화법상 자산보유자 요건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시행사에 대출을 해주고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를 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ABS가 신용보강을 얹어 발행되는데 80% 이상이 시공사의 신용보강이다. 채무인수나 연대보증이 주로 이용된다. ABS의 신용등급중 BBB급(또는 A3급)이 60%가량을 차지하는데 그 이유도 신용보강을 한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그 수준이기 때문이다.
◇8.31대책후 발행 급감에 경고까지
잘 나가던 부동산 PF-ABS시장에 8.31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발행규모는 급감하고 있고 국고채와의 금리차이(신용스프레드)도 확대 추세다. 민간채권평가사에 따르면 8.31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후인 지난 9월 3209억원 지난달에는 4420억원으로 발행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8.31 부동산대책'으로 신규분양시장이 위축됐고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자의 평가손실 우려로 투자가 위축된데다 BBB급인 부동산 관련 ABS이 단기간에 대량 공급되면서 수요가 충족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정이 이쯤되자 저축은행 등 몇몇 금융기관들도 최근들어 PF대출에 대해 은근히 걱정하고 있는 눈치. 최근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의 PF현황을 발표하면서 연체율이 올들어 상승하고 있는데다 부동산경기 하강으로 기존 PF관련 사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출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PF대출의 경우 소액으로 이루어지는 신용대출과는 달리 건별 취급규모가 크다. 한두건의 부실만으로도 개별 저축은행의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렵다. 또 신협이나 금고 등 영세 금융기관들이 PF-ABS에 주로 투자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파급효과는 금융권 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 엇갈린 시각..`걱정된다` vs `아직 괜찮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다만 주택건설외의 다른 사업기회를 갖고 있고 신용도가 높은 개별 건설사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또 부동산ABS가 후분양제를 앞두고 꼭 필요한 상품이라는데에도 이견이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신용등급이 BBB-(또는 A3-)로 낮고 주택건설 외에 다른 사업기회가 거의 없는 업체들이다.
전용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교적 낙관적이다. 그는 최근 발표한 `부동산 PF ABS를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정책과 콜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개발 공사의 분양률이 급격히 하락하더라도 신용위험이 증가될 수 있는 기업은 민간주택개발에 과도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는 극소수의 건설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BBB-이상의 신용등급을 가진 대부분의 건설사는 민간주택개발 이외에 토목공사와 관급 건출 및 관급주택공사 수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6년 건설투자가 이 부분에 집중돼 있어 민간주택수주의 감소에 따른 현금흐름 부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PF ABS를 이용한 주택개발공사의 분양율 등이 하락해 채무인수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부문의 현금흐름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란 분석이다.
반면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부동산ABS가 대부분 건전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건설사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PF-ABS가 장약이 돼 업계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 위원은 "다른 사업기회가 많거나 자체 신용으로 일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들은 문제 되지 않는다"면서도 "주택건설 비중이 매우 높은 BBB-등급이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한 A3-등급 기업중 일부가 미분양이나 다른 어떤 이유로 인해 자금흐름에 문제가 생기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ABS 신용위험은 시공사 신용위험에 연동된다"며 "기초자산을 담보로 하고 신용보강을 했지만 신용평가사는 ABS의 담보자산을 인정하지 않으며 시공사가 투기등급이 되면 PF-ABS도 투기등급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건설사의 경우 자금조달이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용지만 사놓고 사업을 하지 못하거나 할 경우 유동성 문제에 걸리게 되면 해당사업관련 ABS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시공사의 다른 사업에서 문제가 생겨도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 한 채권운용본부장은 "개별 채권이나 기업 내부 사정으로 보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하지만 건설사 PF 문제가 터졌을 때 시장이 이를 개별 프로젝트나 기업만의 문제로 볼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구나 건설사 PF의 경우 주로 단위 금고에서 보유하고 있어 만일의 경우 건설사 쇼크뿐 아니라 시장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정보도 거들고 나섰다. 서형민 한신정 책임연구원은 지난 31일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개발사업 ABS의 신용위험 자체는 부동산경기 동향에 따른 시공사의 신용도에 밀접하게 연계될 수 밖에 없다"며 "한두개 시공사의 신용도 하락이 다수의 부동산개발사업 ABS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면서 다시 일부 시공사의 신용도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용보강을 제공하면서 개발사업을 하는 시공사의 우발채무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별 사업장의 진행 현황을 파악해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