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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횡재하는 이웃을 보고 있노라면 설마 나라고 되지 않으란 법이 있으랴는 식의 막연한 희망을 갖게 된다. 토지 투기에 나서는 사람의 심정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P씨는 가뜩이나 불황으로 힘겨웠던 2003년 부동산 투자로 횡재한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상했다. 동종의 사업을 하던 친구가 2001년 회사를 처분해 마련한 자금의 일부를 투자해 고향인 안면도 부근의 임야 1000평을 평당 20만원에 사두었다. 그런데 이 땅이 펜션 붐을 타고 가격이 2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신문을 읽다가 유명 부동산 분양업체에서 ‘부동산 투자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세미나에서는 꽤나 유명한 부동산 전문가들을 초빙해 부동산 투자 노하우에 대한 강의를 병행한다는 말에 참석하게 됐다.
하지만 유명 전문가의 강의는 호객을 위한 이벤트에 불과했다. 이 부동산 분양업체는 평창에 있는 땅을 팔기 위해 세미나를 열었던 것이다. 그날 강의를 한 전문가들은 땅 장사를 위한 바람잡이 역할을 위해 동원된 것이다.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고 세미나에 참석했던 P씨는 높은 투자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솔깃해 분양업체가 분양중인 평창의 임야 200평을 평당 20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평창은 동계올림픽 개최 후보지로 언론에 집중 부각되면서 땅값이 급등하던 상황이었다.
당시 분양업체는 이 점에 착안, 일반인을 대상으로 허가도 받지 않은 임야 1만3000평을 펜션용 부지로 분양했던 것이다. 일단 분양 받은 땅을 공유지분으로 소유하고 있다가, 나중에 개별 필지로 분할해 개별 분할등기를 해준다는 조건이었다. 이는 기획부동산 업체들 사이에 은밀하게 성행하던, 이른바 ‘폭탄분할’이라는 편법적인 토지분할 행위였다.
폭탄분할이란 덩치가 커서 매매가 안 되는 토지를 한꺼번에 여러 조각으로 쪼개 파는 행위를 말한다. 대개 10∼30명의 공동투자자를 모아 우선 공유지분등기를 해준 다음, 공유물분할청구소송 등을 통해 단번에 10∼30필지로 분할해 개별등기를 해주는 방식이 마치 폭탄이 폭발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덩치 큰 땅을 매매하기 좋은 200∼300평 단위로 분할해주기 때문에 분할 자체만으로도 가격이 50% 이상 뛰기도 해서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자주 애용하는 수법이었다.
또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분양 사업목적의 3000평 이상의 단지형 전원주택에 대한 허가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개발업자들이 편법적으로 인·허가를 받기 위한 수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나 자문을 받을 필요가 없어 허가가 가능하다.
이 같은 폭탄분할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일부 기획부동산 업체에서 텔레마케팅을 통해 분할판매를 하면서 토지가격을 올려놓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P씨의 문제는 매입한 평창 땅의 면적이 1만3000평으로 개발 행위 허가 규모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허가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산지는 다른 토지와 달리 3만㎡ 이상에 대해서는 사실상 허가가 불가능하기 때문.
P씨는 결국 쓸모없는 산자락 200평을 매입한 셈이다. P씨는 요즘 분양업체가 계약 당시 약속했던 투자 수익률이 실현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분양 당시 분양업체는 P씨가 매입한 땅을 ‘제3자 매각’이나 ‘자사(自社) 재매입’ 등의 방법을 통해 투자금의 100% 수익을 보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