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이지만 서울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스모그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실제 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보니 서울 방이동과 종로는 평소의 세 배 정도 높아졌으며, 황사 수준의 더 작은 먼지 농도는 거의 일곱 배나 증가했다. 황사 때와 다른 것이라면 미세먼지 외에 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 다른 오염물질의 농도도 비슷한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기상자료를 분석해 보니 풍속은 20% 이상 낮았고 습도는 50% 정도 높았다. 대기오염은 어느 지역의 오염물질량과 기상 및 지형에 의한 결과라고 본다. 따라서 최근의 스모그는 중국에서의 대기오염물질 유입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여기에 국내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기상조건에 따라 일정 지역에 축적되고 다시 2차 오염물질로 전환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 객관적이다.
물론 이번에도 논란이 된 것은 중국에서의 오염물질 유입이다. 최근 열렸던 '한.중.일 장거리 이동 전문가 회의'에서는 황산화물의 경우 중국의 영향을 계절에 따라 26~52%로 추산했다. 중국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 2위국이면서 방지시설 수준은 낮기 때문에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서 전 세계 1위 국가다. 게다가 산업화 속도까지 동북아 3국 중 가장 높으니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하겠다. 또한 편서풍 비중이 크다 보니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은 분명한 일이다.
대기오염물질의 이동에는 경계가 따로 없고, 그래서 주변국과의 환경협력이 필수적이다. 스칸디나비아의 아름다운 호수가 다시 살아난 것은 '빈협정'을 체결해 유럽의 모든 국가가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물질을 30%씩 줄이는 노력을 한 결과다. 미국과 캐나다의 산성비 문제가 해결 단계에 들어간 것도 양국 간 '대기보전협약' 체결에 앞서 피해국인 캐나다가 먼저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물질인 아황산가스를 50% 삭감한 결과다.
현실적으로 중국에서의 오염물질 배출을 제한할 마땅한 수단도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네 탓' 타령에 앞서 '내 탓'을 먼저 인정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번처럼 대기오염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에 의한 영향이라고 미루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나라의 자체 영향이 50~80%로 우리 책임이 더 크다. 실제로 수도권 인구의 거의 100%, 전 국민의 95%가 오존 환경기준 초과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수도권 인구의 80% 이상이 미세먼지 환경기준 초과지역에 살고 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의 대기오염 피해가 10조원에 이른다. 이것은 2007년도 서울시의 실집행예산인 9조여원보다 많다. 수도권에서만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는데 이제 우리에게는 안전한 장소도 없고 더 이상 도피할 시간도 없다.
이 때문에 전 국민이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소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업장이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데 동참하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가 가장 큰 우리 정부가 동북아 환경협력을 주도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길이다.
동북아 환경협력 사업의 역사는 10년이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러한 동북아 환경협력 사업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높은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지역 환경협력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협력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즉 동북아 지역에는 세계 에너지 소비 3위 국가인 러시아가 있으며, 우리와 인접해 있는 북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한.중.일 3국 환경장관 회의'를 확대해 러시아와 북한 등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동북아 환경장관 회의'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10년을 맞이하는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 연구사업'도 국가별 연구와 공동 세미나 개최 수준에서 벗어나 공동 연구기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