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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한국형 신도시의 경쟁력②

by 홍반장 2007. 4. 15.
  
김민구 주간조선 기자 roadrunner@chosun.com
입력 : 2007.01.14 17:1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1/14/2007011400504.html
알제리·몽골·베트남에 ‘한국형 신도시’ 세운다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 국가인 알제리의 셰리프 라흐마니 국토개발환경부 장관은 2007년 새해가 밝자마자 한국행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2007년 1월 11일 방한, 한국에서 약 7조원이 넘는 ‘상품’을 구매할 계획이다. 그가 쇼핑백에 담아가려는 상품은 자동차도 반도체도 휴대전화도 아니다. 그 상품은 한국이 가장 잘 만들 수 있으면서도 스스로는 수출 상품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조감도.

 
 
 
 
 
 
 
 
 
 
 
 
 
 
 
 
 
 
 
 
그것은 바로 ‘한국형 신도시’다. 라흐마니 장관은 프랑스에서 국토개발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알제리의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프랑스·영국 등 선진국의 신도시를 연구하고 장단점도 비교해봤다. 스위스의 유명 설계업체에 신도시 설계 용역을 맡겨 계획도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한국 건설업체들에 분당·일산 같은 한국형 신도시를 건설해 달라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006년 6월 알제리의 국토개발환경부 장관실. 라흐마니 장관은 양국 간 협력을 위해 방문한 한국의 김용덕 건설교통부 차관과 한국 건설업체 관계자들에게 총 750만평 규모의 부이낭 신도시 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가 맘껏 개발할 수 있게 땅을 뚝 떼어주실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한국 업체가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 건설업체 고위 간부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얼마 정도의 면적이면 되겠습니까? 한국이 신도시를 지어 준다면 상징적인 수준의 돈만 받고 원하는 만큼의 땅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 인구 증가로 몸살을 앓는 알제리의 수도 알제.
라흐마니 장관의 답변은 뜻밖에 신속하고 단호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알제리의 부이낭 신도시 안에 180만평 규모의 ‘한국형 신도시’를 시범 지구로 짓는 계획은 이렇게 시작됐다.

부산지역 기업인 BKB의 정시우 회장은 요즘 한국보다 몽골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정 회장이 몽골에 도착해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은 몽골 울란바토르 시청 별관 2층에 위치한 도시계획연구소. 100여평의 이 사무실에서는 한국인 직원 40여명과 울란바토르의 도시 계획 담당 공무원들이 한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일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몽골 최초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도시는 울란바토르 도심에서 남쪽으로 10㎞쯤 떨어진 야르막에 세워질 예정이다. 야르막 신도시 계획은 오는 2020년까지 300여만평의 부지에 행정타운과 오피스 빌딩, 3만여가구의 주택을 건설하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다. 도시기반 조성에만 5000억원이 투입되고 완공된 이후에는 12만명이 이 도시에 살게 된다.

한국의 신도시가 수출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건설업계는 “최근 들어 베트남·몽골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알제리 등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서도 분당·일산 같은 신도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는 경제 성장과 오일 달러의 유입 등으로 도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식 온돌 아파트가 아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데 이어 한국의 신도시까지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의 김종현 기획관리실장은 “한국만큼 단기간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한 경험을 갖고 있는 국가는 없다”며 “상당수 개발도상국이 우리나라가 1980년대 말 겪은 도시 문제를 지금 맞닥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도시 건설은 외국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공사를 수주 받아 건물·도로·공장을 지은 뒤 그 대금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현지의 땅을 구매한 뒤 개발해서 판매하는 ‘디벨로퍼’ 사업이다. 분양 등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큰 이익을 보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거액을 날릴 수 있다.

현재 국내 업체가 추진 중인 신도시급 해외 개발 사업은 알제리의 부이낭 신도시(180만평 규모), 몽골의 야르막 신도시(300만평), 베트남 하노이의 따이 호 따이 신도시(63만평)와 안카잉 신도시(80만평)가 대표적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한국에 신도시 건설 협력을 요청한 상태다. 이들 해외 신도시 프로젝트는 현재 사업 승인을 받았거나 계획 단계에 있으며 착공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완성했을 때의 가치는 수십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 알제리 부이낭 신도시






▲ 알제리 부이낭 신도시 조감도.

한국과 알제리 정부는 2006년 6월 알제리 부이낭 신도시 개발에 관한 합의의사록을 체결했다. 부이낭 신도시 컨소시엄에는 삼정씨앤씨·우림건설·반도·공간건축·동일하이빌·한국토지공사가 참여했다. 신도시의 기본 설계는 동명기술공단이 맡았다.

산유국인 알제리는 최근 몇 년간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정이 풍부해지고 정치적인 안정을 이뤄왔다. 이에 따라 1인당 국민소득은 3000달러로 증가했고, 도시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알제리의 수도 알제는 원래 3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였으나 최근 인구가 급증하면서 적정 수준의 10배인 300만명을 넘어섰다. 도시는 거대한 주차장이 됐고 주택난은 살인적인 지경에 처했다.

알제리 정부는 황급히 신도시 및 주택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압델아지즈 부떼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은 임기 5년간 100만호를 짓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20만호도 채 짓지 못했다. 프랑스나 영국의 건설업체들은 오랜 공사 기간을 요구했고 건설 비용도 알제리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다급해진 알제리 정부는 수소문 끝에 민간개발 방식으로 몇 년 만에 첨단 신도시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라흐마니 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 중 한국 정부와 신도시 건설에 관한 포괄적인 협정을 체결하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국 업체들과 땅값 및 상하수도 시설·쓰레기처리장 등 실무적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분당·일산 신도시는 물론 동탄 신도시, 대덕 연구단지 등 한국의 신도시를 둘러볼 계획이다.

부이낭 신도시는 알제리의 수도 알제로부터 남서쪽으로 30㎞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전체 계획 면적은 한국의 분당 신도시보다 크다. 한국 건설업체가 건설할 예정인 시범지구 180만평은 판교 신도시(281만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로 인구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 신도시에는 알제리 체육부 등 행정 관청과 골프장·스키장 등 레저시설, 과학기술 단지 등이 함께 건설된다. 고층 아파트부터 단독주택까지 외국인과 알제리의 상류층을 겨냥한 주택이 지어지고 국제학교와 호텔, 공원, 체육 시설 등이 들어선다. 건교부 관계자는 “부이낭은 알제리가 추진 중인 3개 신도시 중 가장 입지 여건이 좋고 주변경관이 뛰어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이낭 컨소시엄의 한 핵심 관계자는 “180만평의 부지 조성 작업을 마친 뒤에는 토지의 가치만 7600억원, 건물까지 포함할 경우 최소 7조5000억원의 가치를 가진다”고 말했다.


◆ 몽골 야르막 신도시






▲ 몽골 야르막 신도시 조감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시의 인구는 1999년까지 65만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이후 농촌 인구가 몰려들면서 2006년에는 120만명을 넘어섰다. 도시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주택 부족과 상하수도, 오폐수 처리 문제 등 도시 기반시설 부족이 정치적인 문제로 대두했다. 몽골 정부와 울란바토르시는 황급히 ‘주택 4만호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한 도시의 무계획적인 팽창을 막고, 계획적인 상업·업무시설과 IT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BKB는 2004년 초 몽골 정부와 울란바토르시가 신도시 후보지로 선정한 4곳 중 야르막 지역을 최적지로 판단, 신도시 건설 제안서를 냈다. 독일과 일본·중국·싱가포르의 대형 건설회사들도 제안서를 냈지만 최종 사업권을 따낸 것은 BKB였다. 정 회장은 “몽골에서 10여년 전부터 광산업 등을 하면서 쌓은 현지 인맥도 큰 힘이 됐지만 그보다 분당·일산 등 한국의 성공적인 신도시 건설 사례가 더 설득력을 높여줬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2003년부터 울란바토르시의 도시계획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잇달아 초청, 분당·일산과 부산 해운대 신도시를 보여줬다. 이들은 모두 “이런 도시를 불과 몇 년 만에 만들 수 있다니…”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몽골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도 한국 건설업체의 입지를 넓혀줬다. 몽골인은 한국을 주변국인 중국·러시아에 비해 우호적이고 정서적으로 가까운 데다 경제발전에도 성공한 모델 국가로 여기고 있다. 또 한류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한국어는 몽골 젊은이에게 영어 다음으로 가장 배우고 싶은 외국어로 부상했다.

야르막 신도시 건설에는 시행사인 BKB를 포함해 모두 4개 업체의 부산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아파트 설계는 상지E&A와 희건, 단지계획 및 설계는 한가람, 발전소·지하차도·상하수도 등 특수 구조물은 길평이 맡았다.

야르막 신도시는 300만평의 부지에 공원 등 녹지를 20% 이상 배치하고 용적률을 200% 이하로 낮춰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중심 도로를 따라 상업 지역과 공공 시설을 배치하고 그 주변에 주거 지역을 배치했다. 2개의 소하천이 신도시의 중심을 관통하는데 이를 이용한 인공호수와 친수공간도 만들어진다. 한국의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주거지역 인근에 초·중·고교와 대학을 배치해 교육 기능을 강화했다. 도시의 자족성 확보를 위해 신도시의 북측에는 IT(정보기술) 연구단지를 배치했다. 인구 밀도는 1㏊당 120명으로 분당 신도시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르면 올해부터 울란바토르 공무원들에게 분양할 4500가구의 아파트를 시작으로 100만평의 시범단지 착공에 들어간다. 공무원 아파트는 몽골 정부가 일괄 구매한 뒤 공무원들에게 분배할 예정이다. 10평형 후반부터 30평형대까지 여러 형태로 구성돼 있으며 평당 분양가는 200만원 안팎이 될 예정이다.

◆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한국형 신도시의 해외 진출 노력이 가장 활발하고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는 베트남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인근의 ‘따이 호 따이’에 63만평 규모의 신도시 개발 계획을 1998년부터 추진해왔다. 베트남 정부는 2006년 초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계획을 공식 승인했다. 현재 원주민에 대한 토지 보상 작업이 진행 중이다. ‘따이 호 따이’ 신도시 컨소시엄에는 대우건설을 포함해 코오롱건설·대원·동일하이빌·경남건설 등 5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따이 호 따이는 하노이시 서쪽의 서호(West Lake) 인근 지역을 가리키며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서울의 상암동이나 마곡지구 개발과 성격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상업·업무지구와 함께 5000여가구의 아파트·빌라 등 주택을 건설해 2만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입지가 좋고 베트남의 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분양은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한다”며 “약 7억달러를 투입해 9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노이시는 따이 호 따이 개발 이 외에도 서울의 강남 개발과 유사한 대규모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노이시는 홍강 남쪽에 위치한 구 도심의 기반시설 부족과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홍강 북쪽의 동안(Dong Ahn) 지역 2400만평에 고급 주택단지를 포함한 신도시를 건설해 50만명을 이주시키는 계획을 2000년 발표했다. 하노이시는 신도시의 완성을 위해 2020년까지 총 29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베트남판 강남 개발인 동안 신도시 계획은 1990년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베트남 정부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초기 사업승인까지 받아냈으나 1997년 IMF 경제위기로 대우그룹이 몰락하면서 사업권을 놓쳤다. 대우건설 등 한국 건설업체들은 따이 호 따이 이 외에도 동안 신도시 프로젝트에 다시 눈독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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