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시 개발 三重苦로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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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기업도시 개발사업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6개 시범사업 지역을 선정한 후 1년이 흘렀지만 △각종 규제 △불확실한 수익성 △비관론 확산에 따른 기업이탈 등이 기업도시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도시가 성공하려면 기업 수요가 받쳐줘야 한다"며 "이런 상태가 방치된다면 '기업없는 기업도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개발 과정에 '규제 지뢰밭' = 기업도시 사업에 간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지금 규제 지뢰밭을 통과하고 있다"며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각개격파 식으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교역형 기업도시 개발을 추진중인 전남 무안군은 전체 면적의 42.6%가 농지다.
농지에 대한 농업진흥지역 지정 비율도 높아 전국 평균(11.5%)의 세 배가 넘는 38.4%에 달한다.
그러나 농지법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농업진흥지역 밖에서만 50%의 농지조성비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지와 농업진흥지역 비중이 높은 무안군으로서는 속이 터지는 노릇이다.
무안군은 농업진흥지역 안에서도 50% 감면율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해 놓은 상태다.
지식기반형 기업도시를 추진중인 원주시에서는 빡빡한 대학설립 운영규정(대통령령)이 현안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자산 40억원 이상, 학생정원 200명, 학생 1인당 교사면적 20㎡ 등의 요건을 맞춰야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원주시는 "기업도시 내 대학원대학은 기업, 연구소, 인근 대학 연구인력 등을 함께 사용할 수 있으므로 설립 조건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발사업이 규제에 막힌 사례는 이 밖에도 부지기수다.
충주시는 시유지 현물출자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행법상 땅을 현물출자하면 공시지가의 50%만 자본금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시의회에서 "시유재산의 막대한 손실을 두고볼 수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상태다.
충주시측은 "다른 법률에서는 감정평가에 의해 자본금을 산정한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 불투명한 수익성에 기업 외면 = 기업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 기업도시 개발사업에서 수익성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전경련 기업도시팀 관계자는 "제도 개선 등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다면 투자유치에 필요한 적정 수익률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도시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깎아먹는 요인은 △개발 호재에 따른 땅값 상승 △높은 토지개발 비용 △낙후된 기반시설 등으로 요약된다.
낙후된 기반시설은 공통적인 골칫거리다.
특히 개발구역 바깥의 진입도로와 오ㆍ폐수 처리시설을 떠안게 되면 수익률에 상당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교통 인프라스트럭처가 나은 원주시도 기업도시 진입로 격인 제2영동고속도로 내 월송IC(총사업비 400억원) 설치 비용을 놓고 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 개발회사 관계자는 "접근로 등 필수적인 기반시설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절한 설치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 투자 희망자들이 정부의 개발 의지를 의심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땅값 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6개 기업도시 시범지역 땅값 상승률은 6.81%. 전국 평균 4.98%를 크게 웃도는 상승률이다.
무주와 무안군은 지난해 상승률이 14.76%와 8.29%에 달했다.
이 같은 땅값 상승은 추후 분양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땅값 자체보다 토지공사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을 추진중인 해남ㆍ영암(2942만평)의 76%(2226만평)는 간척지다.
기반시설비용 매립지는 보강공사를 하려면 많게는 7~8m를 파내려가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평당 400만~500만원의 비용이 드는 일이다.
충주도 엇비슷한 사정이다.
경사도가 높아 토지공사 비용이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이유 있는 비관론' 확산 = 지난해 강원 원주시가 지식기반형 기업도시를 제안했을 때 H사는 독일계 대학원대학 설립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분 10%를 사들여 원주시에 BT 등 첨단 산ㆍ학ㆍ연 협동연구단지를 조성한다는 게 H사의 계획이었다.
H사는 그러나 지난해 11월 기업도시 개발프로젝트에서 공식적으로 '발'을 뺐다.
이유는 "사업 목적과 적합하지 않고 산ㆍ학ㆍ연 시스템 구축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었다.
한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는 "기업도시 개발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조건 안된다'는 비관론"이라며 "지난해 43개사에 달했던 기업도시 참여 기업이 1년 만에 34개사로 줄어든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비관론이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수도권ㆍ충남권이 기업도시 입지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은 '원죄'에 가깝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도시의 원래 목적은 투자 활성화, 고용창출, 기업환경 개선이 아니냐"며 "여기에 정부가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추가함으로써 기업도시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수도권 충남권이 입지에서 제외됐을 때는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점점 줄어드는 인구도 걱정거리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기업도시 성공의 '열쇠'를 충분한 정주인구 확보로 보고 있지만 원주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시범지역 인구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2005년 인구 증가율은 무안 -11.1%, 3개 관광ㆍ레저도시는 -9.4%를 기록했다.
6개 기업도시 평균치는 -2.9% 수준이다.
[이진우 기자/매경 2006.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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