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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변신에 실패하는 기업들이 빠지는 오류

by 홍반장 2007. 4. 15.
변신에 실패하는 기업들이 빠지는 오류
형민우 | 2006.09.01 | 주간경제 900호

많은 기업들이 환경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지만 변신에 성공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경영자들의 의사 결정 과정에 다양한 편견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변신에 실패한 기업들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편견들을 알아보자.
 
얼마 전, 세계적인 IT 업체인 필립스(Phillips)는 “경기 순환형 테크놀로지 기업에서 헬스케어와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하였다. 경기 변동에 따라 수익이 불안정한 반도체 사업 부문의 대부분을 매각하고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와 휴대용 IT 가전 부문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2004년부터 ‘Sense and Simplicity’란 경영방침을 통해 헬스케어를 핵심 분야로 정한 필립스는 올해에도 어린이용 건강관리기구 회사인 ‘아벤트’를 인수하면서 주력 사업을 전환 중에 있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우리는 이제 컴퓨터 회사가 아니다”라면서 “엔터테인먼트와 온라인 사업에 승부를 걸겠다”고 선언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소프트웨어 설계 책임자(CSO)인 레이 오지(Ray Ozzie)가 “PC가 IT 세상에서 핵심 역할을 맡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 것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변화를 대변해 주고 있다.
 
기업의 변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

이처럼 기업은 크고 작은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며 진화하는 유기체라 할 수 있다. 고객의 니즈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후발 기업들의 추격은 거세지면서 시장은 급격히 레드 오션으로 변해가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블루 오션의 열매를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환경 변화를 생각한다면 기업의 변신은 선택이라기 보다는 필수에 가깝다.

이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변신은 크게 변화의 필요성 인식, 신사업 추진, 기존 사업 정리라는 세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각 단계의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심각한 성과 하락을 경험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기업 몰락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첫번째 단계인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데 실패한 기업들은 변화 자체를 거부하고 기존 사업 방식을 고수하다 도태되는 모습을 보인다. 탄산음료 사업에 대한 집착으로 다각화에 실패하여 펩시에 시가 총액이 역전된 코카콜라,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대한 대응이 지연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닥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앞다투어 벤치마킹하던 초우량 기업들이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지연되면서 실패 사례로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모습은 변화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해준다.

두번째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신사업 추진, M&A 등을 시도하더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해 변신에 실패하는 경우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K마트를 들 수 있다. K마트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도서, 스포츠용품, 백화점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이들 사업에 대한 이해력 부족으로 사업 관리에 많은 경영자원을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분산된 자원 투입으로 주력 사업에서 월마트의 공세를 견디지 못한 K마트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세번째로 기존 사업을 효율적으로 정리하지 못할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전략적 변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에 대한 정리가 필수이다. 이 경우 중요한 의사 결정 포인트는 바로 타이밍이다. 너무 빠른 사업 정리는 신사업에 대한 부담을 가중하고 투자 자원 확보에 실패할 위험이 높은 반면, 너무 늦은 사업 정리는 구성원들의 역량을 분산시킬 수 있고, 고객 및 투자자들에게 이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여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이렇듯 기업의 변신은 경영진의 연속적인 전략적 의사 결정이 성공해야 이룰 수 있다. 잘못된 의사 결정은 자원 낭비를 초래하고 이는 곧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의사 결정은 경영진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변신에 실패한 기업들이 갖고 있는 편견들

그렇다면 변신에 실패한 기업들이 주로 범하는 의사 결정의 오류들은 무엇이 있을까?
 
●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할 수 있다”

시장 변화를 인지하는데 실패하거나 이를 외면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생각이 있다. 바로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물론 한 우물 경영이 실패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 미국 기업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핵심 사업에 집중하던 일본 기업들의 성공 사례는 미국 기업들에게 많은 자극을 주었다.

하지만 시장 환경 변화는 점점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고, 지속 성장이 곧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현실에서 한 우물만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시장이 변화해도 “My Way”를 외치는 기업에게 장인의 기운은 느낄 수 있을지 모르나 이는 “시장이 변하더라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는 소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소극성 때문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친 기업들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물론 한 우물을 파지 말라는 말이 문어발식 확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IMF를 겪으며 무분별한 다각화의 폐해를 절실히 경험하였다. 자신의 핵심 사업을 정의하고 인접 영역의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탐색하여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아그파필름이 지난 해 도산하였다. 2000년대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가 활짝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필름 사업만을 자사의 영역으로 한정 지은 것이 문제였다. 1989년 세계 최초의 흑백 필름 개발, 1936년 세계 최초의 컬러 필름 개발 등 필름의 역사를 쓴 기업이 한 우물 경영을 고집하다 쓸쓸한 퇴장을 맞게 된 것이다.
 
●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기업이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먼저 내려야 하는 의사 결정은 “어떤 신사업을 추진할 것인가?”이다.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시장 성장성, 경쟁 강도, 자사 역량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변신에 실패한 기업들이 빠지는 대표적인 오류가 자사의 핵심 역량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업에 진출하면서도 “남들은 못해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보인다는 것이다.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심해지면, 경영진들은 흔히 자신의 의사 결정을 지지하는 정보만 찾게 된다. 이는 비단 경영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에 응하는 것들은 쉽게 믿거나 찾게 되는 반면, 자신의 생각과 모순되는 것들은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편향확증(Confirmation Bias)이라 부른다. 이런 편향확증으로 경영진들은 핵심 사업 영역과 크게 동떨어진 사업도 “할 수 있다”는 과욕으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게 된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인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의 조사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02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25개의 대규모 신사업 실패 사례 중 75%가 핵심 사업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 무리한 확장을 시도한 경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엔론(Enron)의 파산 사건이다. 미국 최대의 분식 회계 사건으로 유명한 엔론(Enron)은 파산하기 전 4년 동안 자신들의 핵심 사업과 크게 관련이 없는 34개의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였다. 결국 비핵심 사업에서 손실이 커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분식 회계를 실시하였고 결국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 “신사업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린다”

신사업 기회의 발굴은 통로 원리(The Corridor Principle)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통로 원리란 성공적인 창업가의 특징을 연구한 론스타트에 의해 명명된 사업 기회 발굴 원리이다. 통로 밖에서는 통로 안이 잘 보이지 않지만, 일단 통로 속에 들어가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일단 사업에 뛰어 들어가 보면 뜻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회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통로 원리의 요지이다. 
변신에 실패하는 기업들이 빠지는 오류 중의 하나가 신사업에 대해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며 가시적인 재무 성과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형식적인 투자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신사업은 근본적으로 성공 확률이 낮은 게임이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나의 신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 신사업 추진의 본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업과의 형평성, 투자 재원의 낭비 방지 등의 논리에 사로잡혀 초기 투자를 주저한다면, 통로에 진입하는 것 자체를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략적 변신을 위해서는 기업이 변화하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인력, 재원 등 꾸준한 초기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여 자원 투입을 조정한다면 추가적인 사업 기회의 발굴에 실패할 위험이 커지고, 이는 곧 신사업 안정화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신사업은 조직 내부에서 육성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신사업 육성을 기존 사업 조직 내부에서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자원 분배 및 성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고, 추진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사업을 기존 조직과 가까운 곳에서 육성하는 경우, 전략적 변신이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신사업을 바라보기 때문에 창의적인 혁신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규범이나 기술과 충돌하는 아이디어는 과거 사업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거부당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속담이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주변의 여건까지도 완전히 새로운 상태로 출발하는 것이 신사업을 육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효시가 된 회사로 인식되고 있는 HP는 계측기 회사로 출발해 프린터 회사로, 최근에는 컴팩(Compaq)과의 합병으로 PC 및 서버 회사로 주력 분야를 변신하였다. HP 역시 PC용 프린터를 개발할 당시, 많은 내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PC용 프린터 개발을 이끌었던 리처드 핵번이 HP의 ‘전통주의자들’에게 프린터 얘기를 꺼내자 그들은 ‘소비재는 마진이 적다’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고위 경영자 몇 명은 당시 PC 시장에서 HP가 차지하던 점유율이 극히 미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HP 브랜드 PC에만 사용할 수 있는 프린터만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런 내부의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핵번과 그의 팀은 별도 조직으로 분리되어 본사와 멀리 떨어진 아이다호 주 보이시로 조직을 옮겼다. 기존 조직의 간섭에서 벗어나 PC용 프린터 개발에 전념하였고 HP의 대표 제품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 “매출이 발생하는 한 철수는 없다”

기존 사업의 정리는 기업의 전략적 변신을 완성하는 단계에 속한다. 기업의 주력 사업을 전환하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도 기존 사업의 정리는 필수적이다. 여기서 많은 경영자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기존 사업이 일정 규모의 매출을 발생하는 한 사업 철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경영자에게 매출은 기업의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런 미련은 전사적인 역량을 분산시키고, 시장에는 이중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위험 또한 높다.

사업 정리의 기준이 매출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업의 새로운 전략 방향에 기존 사업이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가치가 없는 안전핀은 과감히 제거하는 것이 당장의 매출은 줄어들겠지만,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 훨씬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세계 제일의 휴대폰 기업인 노키아는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28개 사업 부문을 거느린 문어발식 기업이었다. 당시 노키아는 종이와 고무 회사로 알려져 있었고, 휴대전화 사업은 매출의 10%도 정도를 차지하는데 불과했다. 92년 울릴라 회장이 취임하면서 노키아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하였다. 휴대전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고무, 종이, 케이블, TV 부문 등을 과감하게 매각한 것이다. 그 결과 전사의 역량을 휴대전화 사업 부문에 집중하여 지금의 노키아로 변신할 수 있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신을 준비해야

기존 사업이 위기에 처하고 나서야 변신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많다. 사업이 성장세에 있으면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는 현재 사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업의 새로운 모습을 고민하기 보다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과 M&A를 성공하면 위기는 사라지고 변신에 성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M&A는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전략적 변신은 장기전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1~2년 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사업의 정착, 새로운 전략에 맞는 기업 문화 정립, 기업 변신에 대한 고객의 수용 등 전략적 변신을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장기전은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현재의 성과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자원 투입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결국 승리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