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불구 세금·이자부담 절감 효과 환금성 떨어지는 부동산 소유자 관심권 거래, 기획부동산 '먹이감' 전락 우려도 |
요즘 수익형 부동산과 토지 등을 맞교환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서로 필요충분조건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 과도한 융자를 끼고 수익형 부동산을 소유한 투자자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반면 대규모 임야를 소유한 땅 부자들은 별다른 수익 없이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나는 점이 부담이다. 여기에다 최근 현매시장에서 거래가 쉽지 않은 데다 갑자기 큰돈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점 때문에 수십 억대 자산 소유자들이 교환거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5년간 호프집을 운영하던 K씨(56). 건강을 이유로 몇 해 전부터 귀농을 준비해온 그는 점포를 인수할 사람이 나오지 않아 속앓이를 하다 최근 ‘교환’으로 고민을 해결했다. 임대보증금 7000만원과 시설 권리금 8000만원을 합한 1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받는 대신 강원도 영월에 있는 과수원 1800평(시가 1억3000만원)을 받은 것이다. 물론 차액 2000만원은 현금으로 받았다. 이처럼 정부의 각종 규제로 부동산 거래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최근 교환거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교환은 위험도가 일반 매매보다 높지만 세금 부담이 적은 데다 두 번의 매매를 단 한번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 ◆부동산 교환거래 활기 교환거래는 부동산을 사고파는 당사자가 각자 갖고 있는 부동산을 바꾸고 차액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거래방식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때에 빈번하게 나타는 데, IMF 외환위기 이후 사라지다시피 했다가 최근 다시 성행하고 있다. 교환거래를 잘 활용하면 애물단지인 부동산을 빨리 처분하고 원하는 부동산을 골라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 강남의 대형 중개업소인 H공인에는 맞교환을 원하는 물건 50~60건이 쌓여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오피스텔, 상가점포, 연립·다세대 주택 등이 대부분”이라며 “최근엔 다(多)주택자 중 양도소득세 중과(重課)를 피하기 위해 비인기 지역 소형 주택을 내주고 지방 토지나 상가와 바꾸려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환 대상으로 나오는 부동산 물건 유형은 다양하다.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는 나홀로 아파트부터 투자심리가 가라앉은 지방 토지, 공급과잉 상태에 접어든 수도권 외곽지역에 있는 모텔과 사우나, 근린상가, 주거형 오피스텔 등 종류와 물량이 점차 늘어나는 양상이다. 심지어 대단지 재건축아파트마저 부동산 세금 중과로 일부 매물이 나와 내집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에게는 투자 기회가 되고 있다. 이런 부동산들이 교환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이유는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이라는 악재 속에서 이어지는 거래 불발로 심리적인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구의동에 살고 있는 자영업자 P씨(52)는 부동산 보유에 따른 염려 때문에 교환거래에 나선 경우다. 2년 전 강남 신사동 소재 노후 연립주택 6가구를 친구와 사들이고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었지만 사업경험 의 부족으로 미분양 매물만 손에 남으면서 속앓이를 해왔다. 2003~2004년만 해도 대부분 분양 아파트가 1~2개월 안에 분양을 끝낼 수 있었지만 분양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지금까지 절반도 분양되지 않고 있다는 게 P씨의 하소연이다. 시장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대출금에 따른 이자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결국 P씨는 이자부담도 덜고 중장기적인 신규 사업이 가능한 수도권 외곽 토지를 교환거래 매물로 찾기 시작했다. 토지 역시 지금 당장 현금화할 수는 없지만 상업용 나대지를 잘만 구하면 재기를 노려 볼만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P씨가 가진 신축상가와 주상복합아파트를 인수한 J씨 역시 일단 교환거래에 만족하고 있다. J씨도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김포시 소재 나대지를 수십 년간 소유했지만 구입자도 나타나지 않고 그렇다고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J씨는 마케팅 전략만 잘 세운다면 수익성 있는 상가와 아파트를 갖는 것이 자산운용에 유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P씨와 J씨 사이의 교환거래는 현지답사에서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불과 10여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빠른 시일 안에 계약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도 일반거래보다 많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주의사항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실패한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다. 친지의 소개를 받아 둔촌동에 있는 M사우나 건물을 자신이 가진 포천 임야와 맞교환한 C씨는 교환대상자와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지만 인수한 사우나 건물에 문제가 생겨 곤욕을 치렀다. 사우나의 은행채무 승계와 용역 보증금이 발단이 됐다. 은행대출금 승계에 문제가 없으리라고 믿었지만 상대방 신용을 근거로 대출해줬던 해당 은행에선 강화된 심사 기준을 근거로 대출 연장을 거부했다. 은행대출 관련 규정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C씨는 대출금 일부를 변제하면 나머지 부분은 대출연장이 된다고 하지만 여력이 부족해 고민이 많다. 설상가상으로 용역으로 임차인이 있는 때밀이나 식당, 마사지, PC방 등이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이 들어와 C씨로선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위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교환의뢰인은 가능하면 위험 요소를 없애기 위해 공신력 있는 컨설팅회사와 중개 계약을 맺는 게 중요하다. 거래사고와 관련해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더 욱 좋을 것이다. 8.31 부동산 대책에 따른 세금 중과 조치로 단독, 연립·다세대 등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비교적 규제가 적은 땅으로 바꾸고자 하는 교환거래 수요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도 늘고 있다. 하지만 교환거래 전문업체로 갑자기 ‘변신’한 기획부동산이 다급한 수요자들을 노려 투자 가치가 없는 땅을 제시하고 주택이나 상가를 챙기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서울 당산동에서 치킨점을 운영하는 L씨는 최근 가게 임차권(권리금 4000만원, 보증금 3000만원)을 경기도 연천군 소재 250평의 농지와 맞바꿨다. L씨는 “장사가 안 돼 월세내기도 벅찰 때 알짜배기 땅을 잡았다고 좋아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기획부동산 직원이 제시한 개발계획은 없고 땅값도 시세보다 훨씬 비싸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과 종로 일대에서 영업 중인 기획부동산 업체는 200여개. 이 가운데 상당수는 요즘 활동영역을 ‘땅 팔기’에서 교환거래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부터 농지나 임야 등 비도시 지역의 토지분할이 허가제로 강화되는 등 영업 차질이 빚어지자 헐값에 사둔 땅을 서둘러 처리하기 위해서다. 부동산 교환 전문업체로 둔갑한 기획부동산이 보유한 토지의 대부분은 개발이 어려운 땅이다. 대신 이들이 노리는 물건은 주로 수도권 외곽에 있는 나홀로 소형아파트, 연립·다세대 주택, 오피스텔 등이다. ◆교환거래도 발품을 파는 것은 기본 부동산 교환거래도 발품을 파는 것은 기본이다. 시세 평가는 중개업자 말만 믿지 말고 직접 발품을 팔아 현장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거래가 드문 지방 토지나 상가, 모텔, 업무용 빌딩 등은 그만큼 바가지를 쓸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모텔이나 사우나 등은 허위 임차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임대기간과 임차인 확인도 필수 사항이다. 단순히 가게에 사람이 있는지가 아니라 계약기간과 영업현황 등도 여러 차례 방문해 미리 알아두어야 앞에 예를 든 C씨처럼 예상 밖의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교환시장에 나온 상가나 오피스텔 매물은 시세보다 임대료가 턱없이 부풀려 있는 사례가 허다하다. 주변 상가 임대료와 교환 대상 상가 임대료가 비슷한 지도 확인해 두어야 한다. 이와 같이 교환할 대상에 대한 부동산 시세 파악은 물론 주택, 상가 등에 있는 담보대출 승계 여부, 나대지 등은 공부상 도로 유무와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 확인을 거쳐야 한다. ◆교환거래 시 유의할 점 부동산 교환거래는 물건과 물건을 맞바꾼다는 거래 속성상 위험도가 높다. 두 가지 물건 모두 가치가 정확히 측정돼야 하는데다 물건 자체의 흠도 정확하게 파악해야 거래 당사자 모두 불만이 없다. 거래시장에 나오는 교환 물건은 대부분 정상거래가 힘든 사례가 많은 만큼 반드시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교환거래의 한 전문가는 “토지는 진입도로나 용지에 분묘가 있는지 여부, 주택이나 상가는 해당 물건에 설정된 은행대출이 주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 다음 교환가격을 매길 때 인근 시세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전문 중개업소라고 100% 믿는 것도 곤란하다. 드물긴 하지만 거래업체가 물건정보를 잘못 전달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 제시된 몇 가지 유의 사항만 잘 챙기면 교환거래는 유익한 부동산 재테크 수단이 될 것이다. IMF 당시에도 정상 거래가 죽은 상태에서 교환거래가 크게 늘어났던 전례(前例)가 있고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상황으로, 앞으로 당분간 부동산 교환거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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