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흥정은 치열한 심리전
토지에는 정가(定價)라는 게 없다. 부르는 게 값이다. 대개 팔 사람의 사정이 급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 호가가 시세의 20∼30%쯤 떨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흥정 자체를 기술적으로 잘 하는 것도 투자의 기본조건이 된다. 때로는 치열한 심리전도 불사해야 한다.
물론 땅값 흥정에서 중개업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어떤 때는 토지의 매매가격이 매도인이나 매수인이 아니라 현지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유능한 중개인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입장에서 서로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거간꾼의 역할을 한다. 매도인이 중개업소에서 결정한 가격보다 더 많은 가격을 받으려면 중개는 잘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거래 당사자가 아닌 중개업자의 역할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법. 어차피 돈을 지불할 사람은 매수자이고 땅을 팔 사람은 매도자이기 때문이다.
땅값 흥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흥정의 주도권을 쥐느냐에 있다. 대개 팔 사람의 상황이 급하게 되면 가격이 내려가고, 반대로 살 사람의 사정이 급하게 되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십분 활용해 흥정에 임해야 한다. 매도자를 대리하는 중개업자에게는 은근히 지금이라도 당장 땅을 계약할 수 있는 자금을 호주머니에 보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급매물일 경우 대개 땅을 매입하는 사람이 흥정의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시세보다 20∼30% 정도 깎는 것을 목표로 흥정에 임한다. 매도자의 호가에는 원래 흥정을 염두에 두고 얹어둔 금액이 있는데 그것이 대략 전체 매매가의 5∼10% 정도다. 이것을 걷어낸 금액이 진짜로 매도자가 받고 싶은 금액인 것이다.
중도금과 잔금의 지급시기도 땅값을 깎는데 적극 활용한다. 대개 급매물로 나온 토지의 매입조건은 매매계약 후 한 달 이내에 잔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보통이다. 잔금 지급기간이 짧거나 일시불로 지급하면 그만큼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땅값 흥정은 그때그때의 상황 여하에 따라서, 이용 가치의 여하에 따라서 전술을 달리해 임한다. 만약 부동산시장이 침체기라면 거래량이 급감한 시장 상황을 적극 활용해 흥정에 임하는 것이다. 아울러 은근히 친지 등 주변 사람들도 인근의 땅을 매입하려고 한다는 말을 흘리기도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슬쩍 ‘차라리 다른 매물을 기다리겠다’는 말도 해본다.
결국 흥정의 주도권은 누가 정확히 상대의 허점을 더 많이 알고 있는가, 앞으로의 잠재가치에 대한 안목이 있는가 없는가, 일시불인가 정상거래인가 등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인 땅 주인은 쉽게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 또한 해당 토지가 도시계획의 변경으로 녹지지역에서 2종 주거지역으로 변할 것이라는 정보를 까맣게 모른 채 흥정에 나서는 쪽보다 정확히 알고 공략하는 쪽이 거래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어쨌든 땅값은 정해진 가격이 없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시장 상황이나 매입하려는 땅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한 다음 흥정에 나선다면 적어도 바가지를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상대방과 게임을 하는 것처럼 즐기듯,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