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18] | • 자료원 : 매일경제 |
`부동산 대책 아무리 내놓아도 집 안 팝니다 .`
분양가 인하와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한 1.11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지역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은 무덤덤한 모습이다 . 정부의 잇단 조치로 강남 주택에 대한 투자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 . 사상 최고 분양가로 관심을 모았던 `서초아트자이`가 지난 17일 1순위 청약에서 대거 미달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 그러나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다주택 보유자의 처분매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18일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를 찾은 고객 최 모씨(46.자영업)는 "집을 팔 만한 사람은 이미 지난해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기 전에 다 팔았다"며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내놓아도 강남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 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 고객 이 모씨(60.변호사)는 "양도세가 너무 많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아무리 내놓아도 갖고 있는 집을 처분할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투기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1건으로 제한했지만 다주택자들은 요지부동이다 . 일단 대출금 만기가 올 때까지 시간을 갖고 기다려 보자는 입장이다.
김승섭 우리은행 PB사업단 과장은 "PB고객들이 대출 규제에 대해서는 별로 동요하지 않고 있다"며 "대출 규제를 해도 만기 때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이미 적용돼 왔던 거라 특별히 부담을 느끼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 강남PB센터 관계자는 "올해 대선이 있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이 양도세 중과 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에 집을 안 팔고 있다"며 "거래도 안 되고, 가격도 움직이지 않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언 신한은행 올림픽선수촌아파트지점 PB팀장은 "현재 버블세븐 지역 집값에 거품이 많이 껴 있다는데는 모두 동의하지만 그래도 올해 역시 집값이 떨어지기는 힘들다고 보는 고객이 많다"며 "강남에 진입하려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투자환경이 급변하면서 투자대상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 잇단 부동산 대책과 주택구입 비수기를 맞아 아파트 투자 문의가 크게 줄었다.
해외부동산 투자한도가 기존 100만달러에서 300만달러로 늘었지만 투자자 반응은 시큰둥하다 . 대신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가와 임대주택에 대한 상담이 많다.
김승섭 과장은 "연초부터 부동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대안으로 임대주택이나 상가에 투자하고 싶다는 상담이 많지만 매물이 워낙 적어 투자처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부동산 문의도 최근에는 뚝 끊겼다"며 "살 만한 사람은 이미 사 놓은 상태고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이 하향 추세라 선뜻 투자에 나서는 고객이 없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도 "투자한도가 300만달러로 늘었지만 이 정도 자금을 굴릴 수 있는 고객은 이미 해외 부동산에 투자해 놨기 때문에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전했다.
반면 해외펀드는 정부의 양도차익 비과세 방침에 따라 가장 주목받는 투자대상으로 떠 올랐다.
굿모닝신한증권 도곡지점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해외펀드가 1순위 투자대상이었는데 이번 비과세 방침에 따라 투자수요가 더 늘 것"이라며 "부동산에 투자하지 못한 돈이 대부분 해외펀드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투자국가가 다양해 진 것도 특징이다 . 과거 중국과 인도에 투자하는 펀드가 큰 인기를 얻었다면 최근에는 TVT(태국, 베트남, 터키) 지역이 뜨고 있다.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도 꾸준히 관심받고 있다.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팀장은 "현재 해외펀드가 중국, 인도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됐기 때문에 비율을 조금 낮출 필요가 있다"며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재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