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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새털같이 많은 날?

by 홍반장 2007. 4. 15.
 
(한근태의 靑春전략)새털같이 많은 날?
[이데일리 한근태 칼럼니스트] 젊은 시절 내가 가장 많이 쓰던 말 중 하나는 “새털같이 많은 날”이란 말이었다. 돈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고, 별다른 건수가 없던 내가 가진 것은 오로지 시간 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소중함, 시간관리는 아예 내 머리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되는대로 살았고, 급한 일부터 처리했고, 무슨 일이 닥치면 그 때부터 생각을 시작했다.

어떤 일에 열정을 가진 적도 없었다. 남들이 하던 방식대로 그대로 살았다. 남이 들어가니까 회사를 들어갔고, 유학을 가니까 나도 갔고, 남들이 하는 결혼 나도 했다. 무슨 목표의식도 없었고 당연히 열정 같은 것은 없었다.

게으르게 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열심히 살지도 않았다. 그러니 눈에 띄는 성과나 보람 같은 것은 없었고 느는 것은 세상에 대한 원망이요, 한숨이었다. 왜 내 인생은 이다지도 안 풀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눈에 띈 말이 있다.

“당신의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 처음 이 말을 듣고 나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나를 두고 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류대학을 나왔다고, 박사학위를 땄다고 내심 얼마나 교만하고 자기개발에 게을렀는가? 제대로 된 책 한 권을 착실히 읽은 적이 있었던가? 도대체 내가 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결국 잘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노인이 되면 누구나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늙을수록 시간을 화살처럼 빨리 달려가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시간을 효과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다면 그만큼 보람찬 삶을 보낼 수 있다. 시간관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데서 출발한다.

다음의 사례는 거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하 50도가 되는 겨울날 형장에 끌려와 기둥에 묶였다. 사형 집행시간을 생각하며 시계를 보니 땅 위에 살 수 있는 시간이 딱 5분 남아 있었다. 28년을 살아왔지만 단 5분이 이리도 천금 같기는 처음이었다. 이제 5분을 어떻게 쓸까 생각해 봤다. 형장에 같이 끌려온 동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마디씩 하는데 2분이 걸리고, 오늘까지 살아온 인생을 생각하는데 2분을 쓰기로 했다. 남은 1분은 오늘 이 시간까지 발붙이고 살던 땅과 자연을 마지막으로 한 번 둘러보는데 쓰기로 했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2분이 흘렀다. 이제 삶을 정리하자니 문득 3분 뒤엔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앞이 캄캄하고 정신이 아찔했다. 28년 세월이 지나도록 매 순간을 아껴 쓰지 못한 것이 아프게 후회됐다. 이제 다시 한 번만 살 수 있다면 순간순간을 정말 값지게 쓰련만! 이윽고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죽음의 공포에 몸을 떨었다. 바로 그 때였다. 형장이 떠들썩하더니 한 병사가 흰 수건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황제의 특사령을 받아온 병사였다.”

1849년 4월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이다. 그는 공상적 사회주의자 서클인 페트라세프스키 비밀결사에 관련돼 체포된다. 그는 페트로 파블롭스키 감옥에 8개월 감금됐다가 사형선고를 받고, 총살 집행 직전 황제의 특사를 받아 기적적으로 죽음을 모면한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야말로 사치의 절정이다. 낭비한 돈은 나중에 벌면 되지만 지금 낭비한 시간을 벌충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의 시간을 값지게 써야 한다. 노안이 온 지금 나는 눈이 좋을 때 책을 실컷 읽어두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내일 시력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마음가짐으로 당신의 눈을 유효하게 사용해야 한다. “사람이 젊을 때는 인생이 무한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을 경제적으로 쓴다. 왜냐하면 노년에는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마치 고등 법정으로 끌려가는 죄인이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느끼는 것과 같은 그런 감정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이데일리 한근태 kthan@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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