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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어처구니없는 ‘병원 감염’

by 홍반장 2007. 4. 15.
  
최현묵기자 seanch@chosun.com
입력 : 2007.02.03 00:24 / 수정 : 2007.02.03 05:5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2/03/2007020300017.html
뺨 한번 꿰매고 패혈증으로 목숨 잃고…
 

어처구니없는 ‘병원 감염’

 
‘현대의 새로운 전염병’으로 불리는 ‘병원 감염’으로 의료계가 큰 고민을 하고 있다. 의료진의 손이나 의료 기구, 병원 내 공기 등을 통해 환자들이 병을 치료하러 갔다가 도리어 병에 걸리는 사례가 심각한 수준이다.

최동림(40·경기도 고양)씨의 아버지는 3년 전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져 뺨이 조금 찢어졌다. 당시 68세였다. 병원 응급실에서 뺨을 꿰매고 CT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경미한 뇌출혈 증세가 발견됐다.

의사는 “수술까진 필요 없고 약만 투여하면 된다”고 했다. 최씨 아버지는 한 달 만에 숨졌다. 사인(死因)은 뇌출혈과는 무관한 패혈증 쇼크였다. 상처에 있던 병원균이 혈관을 타고 흘러 다른 부위에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증세다.

뺨에 난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수술도구를 통해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과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이라는 세균에 감염돼 패혈증에 걸린 것이다. 최씨 가족은 2004년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내서 배상을 받았다.


◆병원은 균의 온상

수술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나는 경우 대체로 의사의 시술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병원 감염은 시술의 정확성 여부와는 상관없는 경우가 더 많다. 대체로 치료도구를 통한 감염이 많다.

남기준(67·가명)씨가 대표적이다. 남씨는 콩팥 이상 때문에 온몸이 붓는 신증후군으로 입원했다. 왼쪽 발등에 정맥주사를 맞았는데 주사를 맞은 자리가 빨갛게 변하면서 부어올랐다. 하지만 “퇴원해도 좋다”는 병원 말에 남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주사 맞은 부위가 까맣게 변하면서 남씨는 고열에 시달렸다. 남씨는 곧장 응급실로 실려갔지만 치료 도중 사망했다. 사인은 주사기에서 옮은 황색포도상구균이었다.

이미숙(여·27·가명)씨는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나는 액취증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 6일 만에 열이 나고 수술 부위에서 고름이 나왔다. 병원에선 “휴일이니 이틀 후 한번 와보라”고 말했지만 이씨는 그날로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갔다. 이씨는 응급치료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수술과정에서 옮은 수퍼박테리아 MRSA균에 감염된 것이다.

◆사람 접촉도 문제 일으켜

도구 이외에 병원 내 공기, 물 등 위생상태와 사람 간의 접촉도 병원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간염 환자를 치료하다가 거꾸로 간염에 걸려 버린 의사도 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밀려드는 방문객들도 환자들에게 균을 퍼뜨리는 매개체가 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감염내과 이상오 교수는 “한국에선 새로 개업한 병원도 병원감염률이 수십년 된 병원과 금방 똑같은 수준이 된다”며 “이는 방문객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어린 자녀와 함께 병문안 오는 부모들은 자기가 아이들을 어떤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수퍼박테리아 감염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감기처럼 가벼운 병에 걸린 환자에게도 항생제를 남용하기 때문에 균들이 웬만한 약에는 내성(耐性)이 생겨 점점 독해져 버린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최태열 회장은 “감염관리 선진국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처럼 가벼운 질환에 대해선 항생제를 쓰지 않도록 하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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