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재료공학부 홍국선 교수는 한때 '치약박사'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그가 개발한 인공뼈 재료 '하이드록시 아파테이트'를 나노입자 크기로 작게 합성해 치약연마제로 만들면 좋겠다고 착안한 건 2000년이었다. 2년 뒤 미국과 한국에 교수로는 많은 비용을 들여 특허를 내고 나서 제약회사 등의 문을 두드렸다. 홍 교수에게 돌아온 건 "시제품을 보여 달라"는 대답뿐이었다. 할 수 없어 그와 학생들이 치약 향과 치약 튜브까지 직접 만들고 의기투합한 연세대 치과의사 2명이 임상실험을 도와 '시린 이'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걸 밝혀냈다. 그제야 큰 제약회사 하나가 그 치약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기술개발 후 6년이 지나서였다.
대학.공공연구기관이 개발한 아까운 기술들이 상품으로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실험실에서 잠자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새 기술 여섯 개가 개발되면 그 가운데 하나만 민간에 넘겨지고, 특허권 넷 중 하나 정도만 상품으로 세상에 나온다. 경북대 산학협력중심대학 사업단(이하 산학협력단) 이영목 사무국장은 "업체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대학.공공연구소가 다 마련해 줘야 한다"며 부담을 토로한다.
대학 등에서 기술을 개발해도 지적재산권이 연구지원을 한 정부로 넘어가던 때가 있었다. 그것이 교수들의 연구개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개발한 기술의 지적재산권이 대학에 남도록 법도 바꿨다. 그런데도 그 기술들이 잘 상용화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서울대 공대 한민구 교수는 "대학 등의 원천기술이 기업들이 활용하기에는 버거워서"라고 설명한다.
'서말 구슬을 꿰어' 업체와 대학 간의 기술 틈새를 메우기 위해 '기술지식'을 가진 교수들이 기술개발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게 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무슨 기술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기술개발의 첫 단계부터 어떤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마지막 단계까지 손잡고 일해 업체와 대학이 서로 '윈윈'하는 것이다.
업체가 대학 교수와 연구소가 가진 기술 데이터베이스(DB)를 참고해 산학협력단에 개발지원 '주문'을 내면 협력단이 중매를 서 그 업체에서 기술담당임원(CTO) 역할을 할 '기업위성연구소' 교수를 정해 준다. ㈜KST의 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경북대 금속공학과 손호상 교수는 한 달이면 2~3차례 1박2일로 KST 포항 본사와 광양 공장에 가 기술개발 지도를 하고 있다. 그동안 KST는 손 교수와 손잡고 6개월 내지 1년에 걸친 공동기술개발로 포철 등의 제철공정에 들어가는 페로몰리브덴(FeMo) 등 합금철을 개발했다.
손 교수는 "개발한 기술에 대한 권리는 업체와 공유하지만 그렇다고 대학이나 교수가 따로 챙기는 건 없다"며 "교수에게는 기술개발 업적이, 기술개발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에게는 풍부한 현장 경험이 남는다"고 자부심을 표한다. 산학협력단은 2년간 11명의 '기업CTO'가 대구.경북지역 업체에 1000여 차례 기술경영을 자문하거나 기술개발을 지원한 공으로 지난해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이제 더 이상 '기술모방.추종국'이라는 불명예를 지지 말자. 업체와 대학이 기술개발의 첫 단추부터 같이 채워 나가는 '연계의 기술개발 체계'로 '기술발신국'으로서의 명예를 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