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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기술유출과 인력관리

by 홍반장 2007. 4. 15.
[김동원 칼럼] 기술유출과 인력관리
[디지털타임스 2005-07-20 12:53]

김동원 통신 콘텐츠 부장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일이었습니다. 결국은 사람이 문제였는데, 앞으로 누구를 믿어야 할 지 두려움이 앞섭니다."
 
아이티매직이라는 유망 IT벤처기업의 CEO인 강천모 사장은 최근 가슴 철렁한 일을 당한 뒤 "사람이 무섭다."며 이같은 독백을 쏟아냈다. 지난 3년여간 30억원을 투입해 불철주야 연구에 전념해 드디어 개발에 성공한 소음제거 관련 원천기술이 송두리째 중국으로 유출될 뻔한 엄청난 일을 겪은 직후였다. 강 사장은 갑작스레 사표를 낸 임원급 직원의 태도에 의문을 품고 검찰수사를 의뢰한 덕에 자사의 독보적인 소음제거 원천기술을 가까스로 지켜낼 수 있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그의 마음 한 켠에는 아직도 생채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일일이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고, 팀제 개편ㆍ인증키 강화 등 다단계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에야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수면하에 잠복해 있던 것처럼 보이던 첨단기술 유출사건이 또 다시 횡행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산하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국내 산업기술을 해외에 빼돌리다 적발된 건수는 26건이며, 이로 인한 피해 예방액만 무려 33조원에 달한다. 이 또한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니 기술유출의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더욱이 기술유출 적발 건수가 2002년 5건, 2003년 6건에서 지난해부터 두 자릿수로 늘어나 기업들이 입은 유형무형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최근 반도체기업인 하이닉스도 연인원 200명이 2년여간 6245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해 개발한 NAND 플래시 90~120nm 기술을 하마터면 순식간에 날릴 뻔했다. 12조원에 이르는 국부(國富)가 `기술 탈취범'들의 CD 15장에 담겨 해외로 유출되기 직전, 검찰에 의해 적발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기술유출의 행태도 점차 대담해지고 조직화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돈을 미끼로 한 `산업 스파이'가 주종을 이뤘지만 이제는 아예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고 외국정부로부터 자금지원까지 받으려 하는 등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기술유출은 국가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시도 경계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 중국 역사서인 송사(宋史)에는 `疑人不用,用人不疑'(의인불용,용인불의 : 의심하면 쓰지 말고, 일단 쓰기로 마음먹었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경구가 나온다. 하지만 기술유출의 주범이 기업의 전ㆍ현직 핵심간부들이라는 사실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이제는 `쓴 사람도 다시 보자'는 격언이 등장할 판이다.
 
기업들은 땀과 노력의 결정체인 첨단기술의 씨앗이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는 파렴치한 인간들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는 기업인의 황폐해진 윤리의식을 바로잡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대검찰청이 한 달전 `한국판 FBI아카데미'를 표방하며 `첨단범죄수사 아카데미'를 개원한 것은 타이밍이 절묘했다. 이 기관이 앞으로 컴퓨터범죄수사, 기술유출 방지, 지적재산권 보호 등 `첨단기술의 수호자' 역할을 해내기를 기대한다.
 
기술유출의 주범은 결국 사람이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바로 철두철미한 인력관리 뿐이다. (김동원 dw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