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R 역량 강화를 위한 인사 감사 성공포인트 | | 한상엽 | 2006.04.14 | 주간경제 880호 | | 인사 부문의 문제는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주기적인 진단을 통한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HR의 문제점을 조기 진단하고 개선의 기회를 찾는 인사 감사(HR Audit)에 대해 알아본다. Workforce의 연구에 의하면 HR 부서가 생각하고 있는 성과 수준과 HR 부서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일선 부서에서 생각하는 성과 수준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국내 HR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HR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기대 수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하곤 한다. 전략적 HR이라는 명제를 이야기하면서 HR 부서의 위상이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HR이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현 HR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물론 지금도 HR은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재무나 회계와 같은 부문에 비해 다소 미흡한 면이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재무나 회계 전반에 대해 주기적으로 진단을 실시하고 외부 전문 기관의 감사를 받아 연간 사업 보고서(Annual Report)라는 문서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한다. 이에 비해 HR 부문은 주요 이슈 중심으로 당해 사업 계획을 세우고 이에 대해서 달성도 정도만을 평가하고 있을 뿐이다. 즉, 빈틈이 많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론이 바로 인사 감사(HR Audit)다.
흔히 인사 감사라고 하면 부정 부패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처벌을 떠올리곤 한다. 국내 기업의 인사 감사 활동은 대부분 이런 활동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런 형태의 인사 감사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비리 적발형 인사 감사는 문제가 발생하고 난 후에야 대응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그 감사의 범위 역시 비리라는 한정된 영역에만 머물러 있다.
사실 인사 감사는 말 그대로 인사와 사람에 관련된 모든 영역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 채용이나 선발, 교육 훈련, 노경 관계, 조직내 커뮤니케이션 문화, 종업원 건강 증진 프로그램, 성과 평가와 보상 등 그 영역은 매우 넓다. 즉, 인사 감사란 HR 기능과 관련된 정책, 절차, 시스템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활동으로 비리 적발과 같은 사후적 대응보다는 HR의 강/약점이나 잠재적인 문제 요인을 도출하여 사전 예방 및 개선 활동의 출발점을 찾는데 그 본래 목적이 있다. 지금부터는 다양한 인사 감사의 활용과 효용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인사 감사의 활용과 효용 ●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여 예방한다
인사 감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 중 하나는 건강 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사소한 문제들이 회사가 흔들릴 정도의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한발 앞 서서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미국의 탐 피츠제럴드라는 컨설턴트는 별 이상이 없어 보이던 기업이 한 순간 몰락하는 것을 건강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심장 마비로 사망하는 것에 비유했다. 심장 마비라는 것은 한 순간에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외에는 흔치 않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심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콜레스테롤의 섭취나 흡연, 과음 등의 나쁜 습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심장 마비를 막기 위해서는 나쁜 습관을 버리고 식이 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조금씩 약해진 심장은 언제 발작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기적인 건강 검진이 필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순간에 쓰러진 것 같은 기업들도 돌이켜 보면 원활한 경영 활동을 방해하는 관료주의, 구성원간의 불신과 같은 나쁜 습관들이 있었고, 구성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는 등의 징후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잘 알지 못하고 방치해두다가 한 순간 터져버리면서 기업이 심장 마비에 걸리는 것이라고 한다.
HR과 관련된 이슈들, 특히 조직 문화나 구성원들의 사기와 같은 사안들은 문제가 있더라도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에 이를 때까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진 다음에 대처하려 하면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이 HR과 관련된 문제들의 속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계 감사와 마찬가지로 주기적인 진단과 감사를 통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법적 분쟁과 같은 불필요한 낭비를 없앤다
2000년 11월 중순, Coca Cola사가 인종 차별 관련 소송으로 인해 결국 1억 9,2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과징금을 지불하게 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소송은 동사의 전 현직 흑인 직원들이 업무 평가, 보상, 승진 등에 있어서 백인에 비해 불이익을 받았다면서 1999년에 제기한 것이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Coca Cola사는 이를 무마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소수 민족과 여성에게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고, HR 담당 임원으로 커리서 러싱이라는 흑인 여성을 임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소송에서 이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당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었던 동사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소송이 마무리 된 날, 동사의 더글러스 데프트 회장은 “오늘 우리는 회사 창사 이래 가장 고통스러운 문제를 매듭지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Coca Cola사는 이런 문제를 사전에 피할 수는 없었을까? 아니다. 만약 동사가 자사의 인사 관행이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기적으로 감사 활동을 펴고 있었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판결 직후에야 7명으로 구성된 인종 차별적 행위에 대한 특별 감시 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미국의 경우 이런 법적 소송의 증가가 매우 중요한 HR 리스크로 등장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고용 평등 위원회(EEOC: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에 의해 수 천 건의 소송이 발생했다. 기업들이 패소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막대한 보상이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Chevron Texaco사가 1997년 경영진의 인종 차별적 발언으로 인해 1억 7,6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배상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준법 감사(Compliance Audit)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준법 감사의 대상은 고용 조건의 평등과 같은 문제부터 초과 근무 수당 지급과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남의 나라 일이라고 흥미로운 일화처럼 넘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여성 인력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양성 평등과 같은 영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남녀고용평등법으로 이를 어길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되어 있고, 2004년부터는 노동부가 남녀차별적 고용 관행과 기업문화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외국인을 고용하는 회사나 글로벌 기반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는 이미 고용 관련 법률의 소송에 휘말리기도 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 HR의 실행력을 높인다
HR의 업무는 그 특성상 연간 활동의 대부분이 이미 정해져 있고, 그 내용은 작년이나 올해, 그리고 내년에도 거의 유사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칫 매너리즘에 빠져 버리기도 하고, 눈 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는데 급급해하다 보니 새롭게 시작한 과제에는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도 한다. 이럴 때 HR 활동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주기적인 인사 감사를 통해 HR 과제의 실행 정도를 관리하는 것이다. 인사 감사는 흔히 이야기하는 계획(Plan)-실행(Do)-반성(See)의 사이클 중 반성에 해당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자연주의 화장품으로 잘 알려진 The Bodyshop사의 경우를 보자. 동사는 연간 사업 보고서와는 별개로 야생 동물 보호와 같은 환경 문제부터 인권 보호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Value Report라는 것을 만들고 있다. 이 Value Report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사 감사의 내용이다. 동사는 1995년 학습과 육성, 경력 개발, 인적 다양성 및 고용 평등, 사내 커뮤니케이션, 직장 만족도, 보상 등 HR 전반에 걸쳐 사내 설문 조사와 인터뷰를 통한 인사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활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2년 뒤에는 이 개선 활동들이 얼마나 진척되었고 어떠한 성과를 얻었는지를 Value Report에 담았다. 스위스의 SIS Financial Services Group의 경우도 매년 내부 고객 만족도를 조사하는 인사 감사를 통해 HR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조직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인다
인사 감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제반 HR 활동의 질을 높여서 조직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인적 자원 역량을 제고하는데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인적 자원 회계(Human Resource Accounting)이다. 인적 자원에 대한 이해와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인적 자원의 가치와 이와 관련된 비용을 재무적인 수치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스웨덴의 금융 회사인 Skandia사는 인적 자원 회계 분야의 선도자격인 기업으로 1994년부터 Navigator라는 지적 자산에 대한 보고서를 년 2회 작성하고 있다. 이 지적 자산 보고서는 약 15~22쪽에 달하는 분량으로 재무 자본, 고객 자본, 인적 자본, 프로세스 자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적 자본 영역에는 리더십 평가, 구성원 사기 평가, 평균 이직율, 년간 평균 교육 훈련 기간, 종업원 1인당 평균 교육 훈련 비용 등의 지표가 들어 있다.
스웨덴 통신회사인 Telia Sonera사 역시 인적 자원 회계를 이용하는 기업 중 하나다. 동사는 통신 관련 규제가 철폐되어 경쟁이 치열해진 경쟁을 뚫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리더들이 인적 자원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적 자원 회계를 도입했다. 동사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요구되는 인적 자원 수준, 해고나 전환 배치, 보상과 작업 환경 등의 11개 지표를 관리하고 있다.
성공적인 인사 감사 포인트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파워 교수는 인사 감사 활동은 종종 애초의 목적과는 상관없이 ‘감사를 위한 감사’가 되어버리면 오히려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 알아보자. ● 사업과의 연관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라
종종 인사 감사는 HR 담당자들이 ‘자기 일을 얼마나 잘 했는가’를 평가하고 자축하는 HR 내부만의 잔치로 전락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인사 감사는 오히려 HR을 사업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사 감사는 각종 인사 제도나 시스템이 사업을 수행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사의 사업 현황과 미래 사업 전략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HR이 부족하여 사업 수행에 차질을 빚는 것은 없었는지 또는 좀 더 강화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 비용과 그 효과를 고려하라
인사 감사에는 감사자의 인건비나 시간과 같은 직접 비용뿐만 아니라, 감사를 받게 되는 피 감사자나 조직이 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목적이 불분명한 인사 감사는 지나치게 많은 영역을 살펴보려 하게 되어 얻은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인사 감사를 처음 도입하는 회사라면 한 두 영역을 먼저 시범적으로 해보면서 확대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의약품 회사인 Bristol Myers사는 2001년에는 구성원들의 이직 원인에 대한 진단을 실시하고, 차년도인 2002년에는 우수 인재 유지를 위한 Scorecard를 마련하는 등 단계적인 접근으로 효과를 거두었다. ● 누가 감사를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라
인사 감사는 그 수행 주체에 따라서 외부 감사와 내부 감사로 구분되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하다. 자사의 상황에 따라서 어떤 형태의 감사를 선택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외부 감사는 말 그대로 컨설턴트와 같은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외부 감사는 감사 활동의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에 주로 활용된다. 내부 감사는 외부 감사에 비해 비용도 저렴하고 내부의 중요한 기밀 사항이 유지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부 감사는 HR 활동이 지역적으로나 조직적으로 분권화되어 이루어지고 있을 때 효과적이다. 반대로 HR 활동이 중앙 집중식으로 일어나고 있는 회사의 경우에는 내부 감사보다는 외부 전문가를 이용한 감사가 효과적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자신이 감사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친분 관계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엄격한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 반드시 개선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인사 감사가 단순히 잘못을 지적하는 감사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그치거나, 책임 추궁에만 열을 올리고 개선활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HR 부분의 문제는 한 개인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대개 오랜 시간 동안 HR 정책이나 조직 문화 등에 의해 발생한 것이 많다. 개인에 대한 책임 추궁은 오히려 구성원들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감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을 갖게 만들 뿐이다. 잘못에 대한 지적보다는 감사 결과 발견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더 많은 무게 중심을 실을 때 HR의 발전이 가능하고,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정받는 HR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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