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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가족 친화적 경영,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by 홍반장 2007. 4. 15.

가족 친화적 경영,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김현기 | 2006.12.01 | 주간경제 913호

직장과 가정 생활의 조화를 중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우수 인재 확보/유지, 직원의 만족감 고취, 생산성 향상 등에 도움이 되는 가족 친화적 경영(Family Friendly Management)에 대해 살펴본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가족 친화적 경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으면, 대다수의 기업들이 ‘아직은 시기상조’,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가족 친화적 경영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전체의 62%가 ‘가족 친화적 경영이 성과 향상에 도움된다’면서, 각종 프로그램 도입과 제도 개선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도 ‘가족이 행복해야 직원도 행복하고, 행복한 직원이 있어야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라는 가족 친화적 경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본 고에서는 가족 친화적 경영의 개념, 필요성, 성공적 도입 및 운영 포인트들을 짚어본다.
 
가족 친화적 경영의 시대

가족 친화적 경영이란 ‘직원의 기(氣)를 살리고 직원 가족을 배려하는 활동으로, 직원들의 직장 생활과 가정 생활의 조화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사회 복지 정책이 발달해온 서구 기업에서부터 출발한 경영 관행으로, 현재는 우수한 여성 인력 등 인재 확보/유지의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다. 그 대표적인 형태로는, 가족 대상의 각종 지원 프로그램(‘육아’, ‘노인 부양’, ‘가족 상담’ 등)에서부터 유연한 근무 방식(‘출산 휴가’, ‘재택 근무’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는 MSD社처럼 ‘컴퍼니 타운’을 조성하는 사례까지도 있어, 서구 기업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가족 친화적 경영의 열풍은 감탄사 마저 자아낸다(<사례> 참조). 

게다가 가족 친화적 경영은 이제 먼 나라 얘기만도 아니다. 최근 일본 기업들도 우수 인재 확보/유지의 일환으로 가족 친화적 경영을 적극 전개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인 Sony社가 1세 이하의 아이를 가진 직원들에게 재택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재택 근무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이례적인 것이라는 평도 있다. 여기에는 현재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인한 노동력 감소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가족 친화적 경영의 바람은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럽게 감지된다.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육아 지원 서비스’를 시도하는가 하면, 지난 7월 경에는 여성부가 주관이 되어 ‘가족 친화 경영 우수 기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기업의 가족 친화적 경영은 걸음마 단계라는 인식도 있다. OECD(200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놀아 주는 시간은 하루 평균 2.8시간으로 미국, 일본 등 조사 대상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얼마 전 한 시민 단체는 ‘아버지의 보육 참여’를 요구하며 ‘출산 파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비치기도 했다.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족 친화적 경영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경영 현실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사회/노동 환경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겠다. 최근 우리 사회도 조직 내 여성 인력의 진출이 늘면서 육아 문제가 핫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도래는 신세대 노동 인구의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기업은 인재 확보는 물론 인재 유지에도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이는 기업에게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가족 친화적 경영이 우리 기업의 경영 현장에 충분히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와 지원책 마련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사회 전반의 가치관 변화도 가족 친화적 경영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맞벌이’, ‘핵가족화’ 등으로 신세대 직장인들의 가치관이 빠르게 바뀌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가족 중심적 가치가 확산되고 있다.

더하여, ‘오륙도’, ‘사오정’ 등 사회 전반의 고용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금전적 요인 만으로 인재를 사로잡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 또한 가족 친화적 경영이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일 예로, 최근 대기업 신입 사원들이 2~3년도 되지 않아 공기업 등으로 재취업하려는 이례적 현상도 눈에 띈다. 10명 중 7명이 재취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하니, 우리 기업의 인재 확보/유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왜 이들이 떠나려 하는가?’에 있다. “지금은 혼자이지만, 나중에 가정이 생겼을 때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까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고 싶지는 않다. 급여는 다소 적어도 정년까지 가정을 챙길 수 있는 회사를 원한다.” 어느 대기업 신입 사원의 말이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도 성공

그렇다면, 가족 친화적 경영이 기업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무엇일까? 실증 연구에 따르면, 직원 가정에 대한 배려는 직원들의 충성도와 업무 몰입도는 물론 기업 생산성을 극대화시킨다고 한다. 일 예로, 독일 헤르티에 재단은 ‘가족 친화적 기업의 생산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0% 정도 높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또한 직원의 60% 이상이 맞벌이 가정인 IBM社는 ‘탁아 서비스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600만 달러의 생산성 증대 효과를 보았다는 결과를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우수 인재 확보/유지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종업원 복지의 유토피아로 유명한 SAS社는 유능한 여성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가족 친화적 경영에 앞장서 왔다. 그 결과 회사는 업계 특성상 평균 20%가 넘는 우수 인재들의 이직률을 4% 이하로 낮출 수 있었다. 
지금까지 가족 친화적 경영의 개념 및 필요성,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았다. 이하에서는 가족 친화적 경영의 성공적 도입과 운영에 필요한 몇 가지 유의 포인트를 짚어본다.
 
1. 회사 상황에 대한 합리적 고려

가족 친화적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의 제도, 인력 특성 및 규모나 수익성 등에 대한 합리적 고려가 필요하다. 다른 해외 선진 기업들이 실행한다고 해서 무작정 똑같은 제도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일 예로, 대체 인력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유연한 근무 방식을 도입할 경우 경영 상 중대한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유연한 근무 방식보다는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보다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기초 체력이나 여건에 맞는 가족 친화적 경영 제도나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오랜 세월 쌓여온 조직 문화에 대한 고려도 빼놓아선 안 된다. 이에 대해 스텐포드 대학의 제프리 페퍼 교수는 ‘성공하는 기업의 남다른 비결 중 하나는 직원들의 가족 문제를 배려하는 문화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단순히 제도를 모방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2. 고객 지향적 접근

다음으로는 고객 지향적 접근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 친화적 경영과 관련해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한정된 회사의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독신자나 자녀가 없는 가정이 많은 회사에서 지나치게 ‘가족 초청 행사’나 ‘자녀 대상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면, 종업원들의 불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여가 생활이나 자기 개발 욕구를 채워주는 프로그램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IBM社가 매년 ‘IBM 글로벌 일과 삶의 균형 이슈 조사(IBM Global Work and Life Issues Survey)’를 수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통해 회사는 ‘직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지’, ‘어떠한 노력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전 조사를 수행한다. 이로써 회사는 쓸데 없이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낭비를 막고 직원들의 만족도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한다.

3. 회사 성과와의 명확한 연결고리 찾기

또한 가족 친화적 경영이 회사의 이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성공적 실행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단순히 명분이나 당위성에 근거해 도입한 제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족 친화적 기업 경영에 성공한 해외 선진 기업들처럼, ‘생산성’, ‘인재 확보/유지율’, ‘고객 접점의 서비스 질’ 등과 같은 회사 성과와의 명확한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필요하다.
 
4. 실질적 혜택 제공

구성원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주어지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일 어떤 기업이 가족 친화적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갖추었다고 하자. 하지만 회사가 어렵게 도입한 프로그램을 구성원들이 그저 ‘그림의 떡’이라는 식으로 인식한다면, 차라리 이러한 제도는 없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 기업의 현장에는 제도 설계의 의도와 실제 이용 간의 괴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일 예로, 대다수 기업들이 갖추고 있는 ‘육아 휴직’이나 ‘연중 휴가 부여 제도’ 등의 경우, 직원들이 경직된 조직 문화나 평가 불이익을 우려해 직원들이 활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제도 상의 까다로운 수혜 요건과 이를 가로막는 조직 분위기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가 제공하고 있는 각종 제도들을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미시간 대학의 아펠바움이라는 경영학자는 「Industrial Relations」라는 학술지에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기업들을 실증 분석한 결과, 회사가 아무리 좋은 제도/프로그램을 갖추었어도 직원들의 활용 가능성이 낮을 경우 그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간 관리자가 부하 사원들이 얼마나 그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는가’가 크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 친화적 경영의 성공 요체는 제도의 화려함이 아니라, 아무리 하찮은 제도라도 구성원들이 쉽게 다가가 실질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 CEO의 관심이 핵심

가족 친화적 경영의 마지막 성공 요건은 ‘CEO의 관심’에 있다. 사업 전략이나 정책, 명분 이상으로 직원을 바라보는 최고 경영자의 배려와 따뜻한 시선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Southwest 항공사의 CEO 콜린 발렛이 좋은 본보기이다. 그는 평소 ‘당신이 가족에 대해 20초 동안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의 아픈 자녀를 생각하고, 결혼 기념일과 생일을 챙길 것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직원 가족의 마음을 얻는 것은 백만 대군을 얻는 일’이라는 CEO의 굳은 신념이 자리잡고 있다.
 
바야흐로 직원을 행복하게 만듦으로써 경쟁력의 원천을 강화시킬 수 있는 CEO가 능력 있는 CEO로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제 우리의 CEO들도 ‘행복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한다. “귀하의 남편은 우리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입니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 주시는 사모님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라는 감사의 편지를 한번쯤 직원들의 가정에 띄워보는 것은 어떨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