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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획]R&D 선진 기업, 이런 점이 다르다

by 홍반장 2007. 4. 15.
R&D 선진 기업, 이런 점이 다르다
오상준 | 2007.01.16 | 주간경제 919호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제품의 수명이 짧아짐에 따라 R&D 투자 효율성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경쟁사들보다 적은 R&D 투자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과를 얻고 있는 R&D 성과 우수 기업들의 공통점을 찾아 보고, 우리 기업들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본다.
 
R&D는 기업의 경쟁 우위를 지속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많은 기업들은 R&D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임을 인식하고 투자를 수행하여 왔다. 특히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제품의 수명이 단축되며, 고객의 요구가 복잡해지는 등 경쟁 환경이 심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R&D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 환경의 변화는 한편으로 R&D 투자가 기업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데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킴으로써 기업들로 하여금 단순 투자 규모보다는 R&D 투자 효율성에 주목하도록 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Booz Allen Hamilton은 지난해 전세계 1000대 R&D 투자 기업들을 분석한 The Global Innovation 1000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연구에서 R&D 투자 규모와 기업 성과간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음을 재확인 하였으며, 조사 대상 기업 중 일부는 동일 산업 내 경쟁사들보다 적은 R&D 투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즉, 기업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얼마나 R&D에 투자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투자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R&D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화학 산업의 전세계 R&D 투자 상위 93개 기업 중 R&D 투자 대비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들을 분석하여 R&D 성과 향상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표 1> 참조).
 
1. 전사 R&D와 사업부 R&D의 분화를 통한 역할 명확화

대부분의 조사 대상 기업들은 중장기 연구 또는 기반 기술 연구를 수행하는 전사 R&D 기능과 단기 연구 또는 개발을 수행하는 사업 R&D 기능을 구분하여 역할을 명확히 하고 있다.

Rohm&Haas, Asahi Kasei 등의 기업들은 기존의 R&D 기능 중 기초 연구 및 장기 연구를 제외한 사업관련 R&D 기능을 사업부로 이관하여 사업부가 직접 운영하게 함으로써 사업 밀착도를 강화하고 성과 지향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3M은 신제품 개발 가속화와 단기 성과 중심이던 기존의 12개 Tech Center는 기초 연구 기능의 약화로 인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 하에 기반 기술 개발 기능을 수행하는 전사 R&D를 신설하였다. 기존의 연구 기능은 제품 개발을 수행하는 6개 사업부 R&D로 개편, 사업부로 이관하였다.

더 나아가 몇몇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성과창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전사 R&D 기능을 분사하여 Profit Center로서 운영함으로써 R&D의 성과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Degussa는 중장기 연구 과제 발굴 및 수행 기능을 Creavis 라는 자회사로 분사하였으며, Mistubishi Chemical은 중장기 연구 부문을 Mistubishi Chemical Research Center (MCRC)로 분사하여 Profit Center로 운영하고 있다. MCRC는 연구과제 수행예산을 과제별로 본사 또는 사업부로부터 수주하고 있으며, 2004년 매출은 약 1,2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2. 전사적인 참여를 통한 R&D 아이디어 발굴
 
R&D 성과가 기업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시장 니즈에 부합하는 연구 과제의 발굴이 필요하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수한 연구 성과라 하여도 시장에서 받아들여 지지 않는 다면 기업의 성과로 연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시장 니즈에 부합하는 연구 과제 발굴을 위하여 전사적인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DuPont은 연구 과제 발굴시에 연구자와 마케팅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시장 니즈를 반영하고 있다. 3M은 연구소와 사업부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하여 전사 R&D에서 수행할 중장기 연구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매년 전사 R&D 조직에서 미래 시장 및 기술 동향을 제시하면, 사업부에서는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장 영역 (HGMS:High Growth Market Space)과 전략 제품 (HGSP: High Growth Strategic Product)를 정의하여 5~10년 후의 사업 계획을 수립한다. 전사 R&D는 다시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신기술 및 기반 기술역량을 기술지도 (Technology Map)를 통해 정의함으로써 연구과제를 선정한다(<그림 1> 참조).

또한 선진 기업들은 보다 폭 넓은, 그리고 시장 니즈에 부합하는 연구 과제 발굴을 위하여 외부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Dow Chemical은 외부 시장 조사 기관을 활용하여 기업 고객 및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한 후에 이에 기반하여 제품 Concept 과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Corning은 외부 전문가와 산업 분석가들과 연구 아이디어 발굴을 위하여 매년 3~4회의 아이디어 발굴 회의를 수행하고 있다.
 
3. 성과 지향적인 R&D 구축을 위한 연구원의 세일즈맨化
 
연구 과제의 선정은 R&D 성과 증대를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R&D 과제 선정이 시장성에 기준하여 이루어 진다면,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R&D 투자를 최소화함으로써 R&D 투자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에서는 시장 관련 부서의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R&D 과제의 시장성을 분석할 동인이 적기 때문에 R&D 과제 선정이 R&D부문 중심으로 이루어 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R&D 성과 우수 기업들은 마케팅 부서의 연구 과제 시장성 분석을 강제 하거나, 연구자가 사업 부서에 연구 과제의 시장성을 증명하여 연구 예산을 수주하도록 하는 등 시장성에 기반하여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있다.

DuPont은 연구 과제 선정시 연구자와 마케팅 인력이 협업하여 제안서를 작성하고 이를 사업부, 기획 부서 및 R&D가 참여, 평가를 통하여 과제를 선정한다. 과제 선정 후, 실행에 따른 성과를 마케팅 부서의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마케팅 부서가 연구 과제의 시장성 분석에 책임 있게 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GE는 연구원이 사업부서로부터 연구 과제 수행을 위한 예산을 수주하도록 함으로써 과제 선정 과정에서의 시장성 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GE는 과거 전체 R&D 예산의 70%는 CEO로부터, 나머지 30%는 사업부로부터 조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CEO 즉 전사차원의 R&D는 사업 전략과 연계되지 않은 기초 연구 중심의 R&D 추진으로 인하여 성과 창출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다. 이에 전사 차원의 예산 지원을 30%로 줄이고, 사업부의 지원을 50% 이상, 그리고 나머지 20%는 외부로부터 조달하는 구조로 전환하였다. 또한 사업부의 예산은 연구원이 사업부를 직접 방문하여 수주하도록 하고, 사업부서에서 제안에 불만족할 경우, 대학 등 외부 연구 기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사업부는 R&D의 매년 목표 달성도에 따라 차년도의 예산 지원 정도를 결정한다. 이러한 외부와의 경쟁체제 도입과 목표 달성의 강조는 R&D를 성과 지향적으로 변화시켰다.
 
4. 성과에 기반한 엄격한 과제 관리

연구 과제를 성과에 기반하여 엄격히 관리하고, 시장 환경이 변화하여 시장성이 떨어지는 경우 과감히 중단하는 것은 R&D 투자 효율성 제고의 핵심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서 연구 과제의 중단 결정은 쉽게 이루어 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연구자에게 있어 연구과제는 본인의 성과 평가와 업무 성취감과 직결되는 것으로 마치 자식과 같은 감정을 갖기 때문에 시장 수요 감소나 생산 비용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과제를 계속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경영진에서도 이미 사용된 투자 자원이나 과제의 중간 산출물에 대한 미련으로 과제의 시장가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못하고 과제를 지속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많은 기업들이 연구 과제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R&D 효율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R&D 성과 우수 기업들은 연구 과제의 진행 단계별로 시장에 기반한 명확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과제의 진행 또는 중단을 결정함으로써 불필요한 R&D 투자를 최소화하고 있다. DuPont은 연구 과제의 진행을 3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로 증명되어야 할 사항과 기간을 명확히 함으로써 과제 진행을 관리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2년 이내에 기술의 실현 가능성과 가치가 증명되어야 한다. 2단계에서는 과제 성격에 따라 1~3년 이내에 제품의 가치와 사업성이 증명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과제 성격에 따라 다른 기간이 적용되나 기간 내에 매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검증된다. 각 단계별로 증명되어야 할 사항이 기간 내에 증명되지 못할 경우, 과제는 중단된다. DuPont은 이러한 관리 체계를 적용하여 단계별로 과제 수를 관리하고 있다(<그림 2> 참조).

3M은 과거 대규모 히트 제품 및 기술 중심의 R&D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 연구원들의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원의 근무 시간의 15%를 자유로운 연구 활동에 할애하도록 하였던 ‘15% 규칙’은 3M의 연구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러나, 2001년 McNerney가 CEO에 취임한 이후, 규율과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R&D 전략을 수정하였다. 고객의 니즈, 성장성, 경쟁 우위 확보 가능성 등 시장에 관련된 기준으로 엄격하게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선정 이후에는 6 시그마 기법을 활용하여 과제를 관리함으로써 불필요한 R&D 투자를 최소화하고 있다.
 
5. 외부 네트워크의 적극적 활용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 가속, 고객 니즈의 다양화, 제품 수명의 단축 등으로 새로운 기술, 제품 개발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R&D 성과 우수 기업들은 외부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 위험을 줄이고 있다.

외부 네트워크 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P&G의 「Connect + Develop」 전략을 들 수 있다(<그림 3> 참조). 2000년 낮은 R&D 성공률로 인해 성과부진을 겪었던 P&G는 R&D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보다 적은 투자로 보다 많은 성과를 얻는 것이 필요했으며, 이는 내부 연구 개발 모델 (Invent-It-Yourself model)로는 달성이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P&G는 이미 외부에 존재하고 있는 제품과 우수 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에 주목하여 ‘Connect + Develop’ 개념을 창안하였다. 이는 우수한 연구 개발 결과물들도 상업화에 실패한다면 가치 창출을 할 수 없다는 점에 주안하여 외부의 연구 개발 아이디어에 자사의 마케팅 역량을 더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증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현재 P&G는 최근 시장 출시 제품의 35%, 개발 포트폴리오의 45%가 외부로부터 얻어진 것이다.

P&G의 성공 이후, 많은 기업들이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한 연구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방형 연구 개발 (Open Innovation)이 성공하려면 명확한 목적에 따라 적합한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미래 기술로서 연구개발의 불확실성이 큰 기술의 경우에는 저비용으로 기초 연구를 수행하기 위하여 주로 대학 등 연구 기관을 활용하고, 상용화가 가까운 기술에 대해서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조기 사업화 성공 및 고정 고객 확보를 위하여 가치 사슬 상의 사업자(공급자 및 고객)과의 연계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험도가 높고 대규모 R&D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경쟁사와 공동으로 연구 개발 설비 투자를 함으로써 위험을 줄이고 필요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목적에 따른 외부 네트워크 활용 사례로는 3M이 미래육성 분야를 대학 교수진과 협업하여 개발하고 있는 것과 일본 LCD 및 Display 산업의 가치 사슬상의 기업들이 개발속도 증대와 통합솔루션 제공을 위하여 연대하여 Future Vision과 TRADIM을 설립한 것 등이 있다. 또한 일본 반도체 관련 소재 생산 기업들이 고가인 반도체 재료 생산 및 평가 설비를 공유하여 투자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CASMRT(Consortium for Advanced Semiconductor Materials and Related Technologies)를 설립한 사례도 있다.
 
우리 기업들도 최근 R&D 성과 향상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R&D 과제 선정 시스템 (Project Selection Management), 과제 관리 시스템 (Gateway Review System), 그리고 산학 협력을 통한 Open Innovation 등이 그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도입 초기로 시장 지향적, 성과 지향적 R&D를 구축하기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먼저 시스템은 도입하였지만 이의 명확한 실행을 위한 운영 체계의 보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R&D 성과 우수 기업들은 마케팅, 사업부 등 유관 부서에게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과제 선정시, 적극적인 참여를 강제하고 있으며, R&D인력의 세일즈맨화로 시장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연구 개발 과제의 관리에 있어서도 시장성에 근거한 명확한 기준에 따라 과제의 지속여부를 결정하고 미달할 경우 가차 없이 과제를 중단하고 있다. 외부 네트워크 활용에 있어서도 목적에 따라 적합한 대상과 협력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두 번째로 R&D 개혁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 보다는 부분적인 시스템 도입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R&D 성과 우수 기업들은 앞에서 살펴본 5가지의 특징을 대부분 공통되게 가지고 있다. 혁신은 부분이 아닌 총체적인 관점에서의 접근할 때 달성 가능한 것이다. 과제의 선정 과정에 대한 개선 없이 과제 관리 시스템만을 도입한다거나, 반대로 관리 시스템 없이 선정 체계만을 실행한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R&D 효율성 제고가 여전히 R&D만을 대상으로 R&D만의 참여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전사적인 참여 없이 R&D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개선은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본원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마케팅, 사업부 등 시장 접점 기능의 참여와 CEO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우리 기업들이 시스템의 도입과 함께 이의 명확한 실행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 R&D 성과 향상 및 효율성 제고를 달성하기를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