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 업종별 단체에서 제조물책임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 분쟁조정기구의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분쟁조정기구는 결함제품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해 소비자와 제조업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것을 조정하는 기관이다. 장기간 많은 비용을 들여 법원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은 비용으로 빨리 합의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이다.
일본의 경우 업종별로 10개 이상의 PL센터가 있다. 정부기관과 민간기관으로 나눠지며 정부기관은 각 읍, 면, 동사무소처럼 주민생활과 밀착해 소비자 클레임에 대응한다. 민간기관은 업종별 단체의 재정지원을 받아 소비자와 업체간의 분쟁조정에 나선다. 소비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한 합의를 얻어서 좋고 기업은 문제가 확산돼 사회문제화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 소비자의 의식을 먼저 간파하고 제품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에 이러한 분쟁조정기구를 설치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소비자의 피해에 대한 원인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무리한 사용이나 용도 외의 불합리한 이용 등으로 인한 피해와 제품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피해를 정확히 판단하는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각종 첨단 장비와 인력을 갖춘 시험기관이나 연구기관에 제품의 사고 내역에 관한 정밀조사를 의뢰하고 분쟁의 판단 자료로 활용해야 하며 분쟁당사자가 그 조사나 시험 결과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분쟁조정기관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한발 앞선 제도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또한 각종 제품의 결함 유무를 제품안전 차원에서 판단하는 시험연구기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간과해서 안될 부분은 설계상의 결함은 물론, 제조상의 결함, 경고나 표시상의 결함도 분쟁 요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분쟁조정기구에는 제품별 전문가뿐 아니라 설계나 경고상의 결함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도 필요하며 이러한 전과정을 판단하고 법적 요건을 조정해 줄 법률가의 참여도 필수적이다. 한편, 분쟁조정기구가 원활히 운영되려면 소비자의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 피해소비자가 분쟁조정기구를 활발하게 이용하려면 법원이나 법률사무소를 찾아가는 것보다 여러면에서 가까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가 빈번하고 그 범위가 넓은 생활소비재나 완구, 문구류 등 대부분 영세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제품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해서는 아직 그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우려의 소리가 높다. 따라서 위험관리수준이 낮은 기업에서 생산된 결함 제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대응 방안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부품을 제조하거나 대기업 브랜드가 아닌 독자적으로 완성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분쟁조정기관이 필요한 시점이다.
2.정보기기의 활용
처음 맞이하는 업무에 업무지침이나 기준이 없다면 당황스러운 것처럼 제조물책임도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들이 제조물책임 관련 교육과정에 참가하는 등 나름대로의 대안 찾기에 열심이다. 그러나 제조물책임법은 ISO나 QS 등과 달리 규정된 요건이나 지침이 없다. 따라서 각 기업들은 여러 인증을 획득하기 위한 표준화나 문서관리 등은 잘 알지만 다가오는 제조물책임에 관한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업체에서 만들고 작성해왔던 각종 서식과 장표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사내 장표나 서식을 통해 관리를 위한 기본내용을 점검해 볼 수 있으며 회사내의 자료 흐름과 회사 전체정보를 훑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가지 장표의 작성에서 오는 혼란스러움과 중복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MRP·ERP 등으로 지칭되는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시스템의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시스템은 제조물책임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수작업 위주의 장표나 문서관리가 컴퓨터를 활용한 체계적인 자료 수집과 보관으로 변화된다면 제조물책임에서 가장 근본적인 품질관리나 통계면에서는 매우 유익하게 활용될 것이다. 그렇지만 예견가능한 소비자의 오용을 막고 신기술을 유연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좀더 신축성있고 포용력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단지 제품자체의 품질만을 위한 관리는 제조물책임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방안이 되지 못한다. 원료의 입고부터 가공·제조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관리는 충분하겠지만 완성품으로서의 결함에 대한 사전 인지와 대응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측 가능한 소비자의 사용형태나 사용습관에 관해 설계 당시 간과하는 부분은 없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즉, 소비자의 행동특성에 관해 세심한 배려를 가미한 설계가 적극적인 제품사고 예방법이다. 이러한 자료가 미리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모든 문서를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지만 단지 문서를 인식해 데이터베이스를 형성하고 저장장치에 기록, 보존하는 역할일 뿐이지 그 이상의 상황에는 대응하지 못한다. 결국 정보시스템이나 기록자동화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것이 적절히 활용되지 못한다거나 부적절한 자료로 보관돼 있는 경우 오히려 더욱 심각한 폐단이 있을 수 있다.
보관하지 않아도 될 문서가 보관돼 있거나 개정이나 변경된 기록문서를 일목요연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이 심해져서 컴퓨터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경영자에게는 거북하기가 말할 수 없다. 정보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사내의 표준이 정립되고 문서관리도 일관성있게 진행돼야 하며 보관과 보존에 관한 규정과 폐기에 따르는 확실한 관리체제가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기본바탕을 다지고 나서 문명의 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관리활동에 수반되는 시간이나 간접경비를 현저히 감소시키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록과 문서의 보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문서들이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해야 한다.
3.대책과 방어 1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 제조업자는 종전보다 제조물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추궁 당한다. 따라서 제조물 책임의 요건을 바르게 이해하고 대응을 위한 여러 방면에서 사내외 체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자의 제조물이 사회적 요구를 만족시키고 있다해도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제조업자를 비난하게 되고 나아가 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것이 제조물책임법이다.
특히 제조물은 설계자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아 엄격한 검사 기준에 합격한 제조물이라도 사용자의 사용방법에 따라 결함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제조물이 제조업자의 손에서 떠나기 전 이미 결함품이었다면 제조자의 책임은 명백하지만 그 결함이 제조업자의 손을 떠난 후에 발생했다는 것이 입증될 경우에는 제조자가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즉 사고와 제조물 결함과의 인과관계에서 제조물에 결함이 있다해도 그것이 사고발생과 무관한 경우도 있으며 제조물에 결함은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나타나지 않아 발생사고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용자의 과실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제조물 결함과 사고와의 인과관계에서 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 제조물 책임 문제의 특징이기도 하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는 경우에도 제조물의 오·남용을 다투는 경우가 있다. 사고발생에 관여한 제조물을 이용자가 오용한 경우다. 이때 책임 소재의 판단은 재판관에게 위임되며 재판관은 여러 상황을 심리해서 판결을 내리기 때문에 기업은 이와 같은 판례를 다각도로 연구해 대처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들을 하나씩 나열해 세밀히 검토하다 보면 대응방안은 업체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기업들은 사내에 제조물책임위원회를 설치하고 제조물 책임에 대한 사원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제조물책임의식을 갖도록 하며 각종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설계·제조과정에서 결함이 생기지 않도록 종업원을 위한 교육과정 도입, 작업환경의 개선, 기술수준에 관한 최신정보의 수집, 기계설비의 교체, 원재료·부품 불량에 대한 철저한 검사, 협력기업에 대한 지도와 검사의 강화 등이 요구된다.
또 방어대책으로 사내에 민원창구를 설치해 소비자가 언제든지 제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해야하며 소비자 불만에 대해 진지하게 상담하는 창구를 갖춰야 한다. 물론 상담 요원에 대한 교육도 필수적이다. 제조물 책임에 관한 분쟁이 생길 경우 언제든지 변호사와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소송 대응체제를 정비해야 하고 소비자 피해에 대해 조기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정보사회에서 인터넷이나 대중매체에 대한 방어와 활용방안에 관한 면밀한 검토가 중요하다. 제조물 책임에 관한 위험의 분산을 위해 제조물책임보험 등에 가입해 손해배상에 대비해야 하고 원자재·부품공급자 혹은 유통판매자와의 사이에서도 제조물 책임의 분담을 위한 계약을 체결해 둬야 한다.
4.대책과 방어-2
제조물책임법에 대한 대응은 기업의 개별 노력보다 공동의 노력이 효과적이다. 따라서 동일 업종에서 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상품의 생산, 판매에 관계된 모든 기업들이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 클레임 사례가 비슷한 동일 업종의 기업들이 분쟁 조정이나 소비자 상담내용, 사고 기록 등을 통폐합한다면 제조물책임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업종별로 단체를 구성해 나름대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공업표준보다 엄격한 내부표준을 수립해 제품에 적용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협력업체에 대한 모기업의 품질관리 지도, 공동 엔지니어링 등 협력적인 제조물책임 대응노력과 업종별 단체를 통한 업종별 제조물책임 대책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는 소송이 제기된 경우를 가상해 기업 내부의 시스템을 점검해보는 방법이 있다. 기업들이 현재까지 역점을 두었던 품질관리나 품질보증 수법 등은 생산자 관점에서 생산제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기법으로 상품을 직접 구입해 사용하는 소비자를 위한 품질관리라고 하기엔 미흡한 점이 많다.
사회나 경제 사정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요구수준은 변하며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때의 품질과 그 반대의 경우도 다르다. 특히 신개발품의 경우 사고에 대한 책임의 범위와 한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만약에 발생할지 모를 제조물책임 관련소송의 경우를 선정해보고 하나씩 점검해나가는 방법이 권장할 만하다.
제조물책임법은 일반대중이 사용하는 제품의 품질에 관해 그 범위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상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예측가능한 오용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잠재적인 위험상황이 예견되는 경우 금지사항이나 경고, 지시 등을 통한 표시가 고려돼야 한다.
또 제품의 일부로서 취급 설명서와 카탈로그뿐 아니라 지시나 경고와 관련해 불충분한 점이 있는가를 사전에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조물책임법에서 요구하는 품질은 제품 고유의 품질 이외에 기록의 안전성까지 포함하고 있다. 제조물책임과 관련된 소송에서 예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입증기록이 문서목록이다. 문서목록은 기업이 관리하는 문서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목록에 기재된 문서제출이 불가할 경우 고의적인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술변경 기록이나 계측기기 교정기록 등은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시판된 제품에 관한 계측기록과 교정기록을 참조해 기술변경 기록과 대조하면 제품사양의 변화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점검·수리에 관한 기록도 철저히 관리해야 하며 나아가 관계자의 교육과 훈련 등 인사기록도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항상 새로운 방식과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경영책임자의 업무기록도 매우 중요한 증거자료로 채택될 수 있다. 특히 외부기록으로 지칭되는 각종 매뉴얼과 판촉·미디어 관련기록도 중요하다. 제품 취급설명서는 물론 사내의 시스템 매뉴얼로서 리콜이나 클레임에 관한 매뉴얼과 서비스 매뉴얼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 판촉자료의 관리에 있어 판촉이나 광고, 경고·표시에 관한 기록도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