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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스크랩] [경영] 한국적 유통’ 못 따라잡아서…
홍반장
2007. 4. 1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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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당국과 잦은 마찰로 ‘현지화’ 실패…국내업체에 추월당해
세계 2위 까르푸 10년만에 철수채비 이유는?
지난 1996년 7월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는 듣도보도 못한 이름의 대형 할인점이 들어섰다. 프랑스계 할인점인 ‘까르푸’ 1호점의 탄생이었다. 당시 할인점이라고는 이마트 서너곳과 같은 해 1월 진출한 월마트 정도여서 할인점 자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때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까르푸는 당시 직접투자로는 사상 최고액인 1조2천억원을 한국 땅에 쏟아부으며 매장을 늘려갔다.
3년 만에 10호점을 연 까르푸는 2000년말까지 19개 매장을 열어, 1위인 이마트를 추격했다. 지금까지 총투자액은 1조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진출 꼭 10년 만인 지금 까르푸는 한국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할인점 업계에서는 까르푸 매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수 대상자도 윤곽이 드러나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까르푸의 국내 할인점 업계 위상은 32개 매장에 매출 1조6천억원, 업계 4위에 그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매출액 영업이익률 1.57%(2004년 기준)의 초라한 성적이다. 1조원 어치를 팔아 겨우 15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는 셈이다.
이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전세계 30여개국 1만3천개의 매장에서 연간 10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월마트에 이어 세계 2위를 지키고 있는 까르푸가 10년 만에 상처뿐인 몸뚱아리를 안고 한국을 떠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까르푸는 무엇보다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선두 이마트는 물론 후발 주자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로부터도 추월당했다.
할인점 업계 관계자들은 자신들만의 글로벌 경영 방식을 지나치게 고수해 한국의 유통 문화와 법규 체계 등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까르푸는 수수료 문제 등을 두고 협력업체는 물론 경쟁 당국과도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
그뿐 아니다. 매장 내 위치 좋은 곳에 입점하는 협력업체에게는 수수료를 더 물리는가 하면 광고전단에 들어가는 협력업체에도 광고료를 분담시켜 반발을 샀다.
심지어 내부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협력업체들에게 비용을 분담시키기도 했다. 이런 사안은 곧바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보돼 숱하게 공정위와 충돌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까르푸는 다른 외국계 할인점과 달리 경영자도 프랑스인이다보니 한국적 문화나 제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국내 법규 등에 대한 대처 등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용 면에서도 까르푸는 직원들과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3년 정도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용해왔지만 5년 전부터는 이런 규정이 사문화되고 있다는 게 까르푸 노조쪽 설명이다.
또 일부 점장들이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가 경영진의 반대로 무산돼 점장이 사과하는 사례도 있었다. 물론 까르푸는 이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까르푸 관계자는 “할인점을 상대로 불공정행위를 나열해 제재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어 경영진으로서는 공정위의 제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30여개 매장 때문에 글로벌 경영 방침에 예외를 둘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까르푸 10년의 성적표를 볼 때 어떤 방식으로든 철수는 불가피해 보인다. 1999~2004년 6년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은 모두 676억원. 연간 100억원을 조금 넘기는 수익성으로 더이상 한국 매장을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할인점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매장 터로 사놓은 땅값이 많이 올라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한겨례신문 조성곤 이정훈 기자 cs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