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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스크랩] [브랜드마케팅]가벼움의 시대, 브랜드의 무게를 줄여라
홍반장
2007. 4. 1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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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많은 학자들이, 또 많은 광고회사들이, 많은 홍보 담당자들이, 마케팅연구소들이 트렌드를 발표한다. 하지만 연구보고서, 월간지, 일간지를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는 그 많은 트렌드들이 모두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것은 아니다.
자신과 연관을 가지는 트렌드를 발견하고 그것을 스스로 소화하여 자신의 브랜드에 적용시킬 때, 비로소 트렌드는 브랜드적인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많은 흐름들 중에서도 필자는 ‘가벼움’이란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글을 통해 필자는 ‘가벼움’을 해석하여 브랜드적인 의미를 찾고, 여러분의 브랜드에 적용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가벼움이란
‘가벼움(lightness)’이란 일차적으로는 사물의 무게에 대한 상대적이고도 주관적인 감각이며, 이차적으로는 ‘개인’, ‘자유’, ‘감성’, ‘우연’, ‘일회성’, ‘유연성’ 등과 함께 묶일 수 있는 추상적 관념이다. ‘가벼움’은 ‘무거움’과 일대일로 대응한다.
이 관념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무게를 달리하며 서로의 의미를 보완하는 관계를 이룬다. 80년대의 대표적 소설로 꼽히는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Milan Kundera, 1984)에서 밀란 쿤데라는 이제까지 무겁게만 인식되어 오던 ‘존재’라는 단어에 ‘가벼움’을 부여하였다. 현대에 있어서의 ‘가벼움’이란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주관적이고도 상대적인 개념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사전적으로 ‘light’는 양이 적거나 강도가 약한, 얕은, 쉬운, 희미한, 사소한 의미를 표현하며 사회적으로는 행실이 나쁨을 뜻하기도 한다.
한자의 輕은 경박, 경솔, 경거 등으로 활용되며 진지하지 못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가볍다’는 것은 좋은 의미 보다는 나쁜 의미로 많이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명심해야 한다. ‘가벼움’은 나쁜 것이 아니다. ‘가벼움이 넘치는 것’이 나쁜 것이다.
가벼움에 관한 트렌드
현대는 바야흐로 꿈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산업화를 이끌었던 정신인 물질, 유형, 이성의 시대가 지나가고 정신, 무형, 감성의 시대가 되었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고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이, 강건함 보다는 부드러움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러한 흐름은 깊이가 없다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가벼움을 트렌드의 중심에 떠오르게 하고 있다.
필자는 ‘대통령 각하’라고 불러야 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한민국에는 대통령은 있어도 각하는 없다. 오늘날의 대통령은 예전보다 가볍다. 정치적 집단행동의 장이었던 시청 앞 광장에서 젊은이들은 대한민국 축구팀을 응원한다.
학생들 책가방 안의 도시락은 급식으로 대체되고, 워크맨은 MP3 플레이어로 대체되었다. 테이프, 레코드는 디지털 기호가 되어 무게가 사라져버렸다. 사진을 인화하던 필름도 디지털 기호가 되어 무게가 사라졌으며,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은 한결 가볍다. TV 채널수가 많아짐에 따라 한 채널 한 채널의 무게는 그만큼 가벼워진다. 사람들은 직접 소유하지 않고 렌탈을 이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뉴스 아나운서도 딱딱한 제복을 버리고 쇼프로 MC로 나서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사람들은 상품을 고를 때 더 이상 기능만 가지고 고르지 않는다. 상품의 디자인은 커다란 선택 기준이 되었다. 또한 그 디자인은 균형과 직선의 미에서 벗어나 비대칭의 자유곡선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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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가볍다는 것은 현대적인 미덕이다. 가볍다는 것은 즐거운 것이다. 복잡하고, 심각하고, 진지한 것이 아닌 단순하고, 감성적이며, 즐거운 것의 추구는 현대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는 핵심 가치가 되었다.
가벼움에 관한 브랜드
사회 구성원들의 변화는 가장 먼저 브랜드에 민감하게 반영된다. 가벼움의 트렌드에 힘입어 가벼운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신뢰감과 전통성을 강조하는 브랜드들보다는 Light, Soft, Fun을 앞세운 브랜드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세계 브랜드가치 6위 [BMW미니], 가입자수 1100만 ‘국민게임’ [카트라이더], 가장 많이 성장한 맥주브랜드 [밀러라이트], 단일 브랜드로서 가장 잘 팔리는 [던힐1mg], 남성복 선호도 2위 [TNGT](한국섬유신문 05.4) 등의 브랜드들이 그 흐름 속에 있다. 이와 같은 가벼운 브랜드들은 [말보로], [갤럭시]와 같은 기존의 무거운 브랜드들을 구시대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구시대의 브랜드에 멈추지 않기 위해 기존의 브랜드들은 그 무게를 줄이고 있다. ‘휴먼테크’를 지향하던 [삼성전자]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한국 지형에 강한’ [애니콜]은 ‘애니스타일’로 방향을 바꾸었다. 커뮤니케이션 방향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품 개발 방향, 나아가 사업의 개념 전체를 바꾸기도 한다. 최근 두산 주류BG는 소주의 도수를 더 낮추어 신제품을 출시했다. ‘스포츠화’를 팔던 [나이키]는 ‘패션’을 팔고있고, ‘비즈니스 머신’을 팔던 [IBM]은 ‘솔루션’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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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실무에의 적용
브랜딩 회사에 직접 프로젝트를 의뢰하지 않았더라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미래의 브랜드를 고민하고 있다. 회사를 일으키고, 장기적으로 회사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브랜드를 가지고자 우리는 목표 소비자를 연구하고, 경쟁 브랜드들을 살피고, 자사 제품(서비스)을 개발한다. 소비자가 가진 여러 가지 중에서 ‘가벼움’이라는 트렌드를 잡아내고, 가벼움의 본질에 관해 숙고해 보았다면 그것을 적용하는 일이 남았다.
적용은 브랜드 철학과 컨셉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구체적인 모습은 좀 더 부드럽고 친근한 브랜드 네임이 될 수도 있고, 유연해진 BI가 될 수도 있다.
설명적이기 보다는 연상적이거나 상징적인 브랜드 네임이 호소력이 있다. 경우에 따라 애칭을 붙여 주거나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더 친근하고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제품(서비스)에 직접 관여하여 그 속성을 바꿀 수도 있다. 개선될 제품(서비스) 속성에는 더 감성적인, 개개인에 맞춘, 다양한 취향과 편의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의 톤 앤 매너, 매체 등도 역시 가벼워져야 할 대상이다. 증가된 TV 채널 수 만큼이나 가벼워진 채널의 무게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감성적인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색이나 소리, 향기 등 직접 체험 요소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직접 구매 시점의 패키지 역시 ‘가벼움’의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 구매 이후에 브랜드와 사용자간의 소통, 사용자와 사용자간의 소통 역시 가벼운 브랜드의 고려사항이다. 인터렉티브한 피드백과 사용자끼리의 네트워크는 당신의 브랜드를 더 유연하게 만든다.
위에 언급한 것 이외에도 당신의 브랜드가 위치한 각자 산업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고려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신, 유형, 감성의 시대는 ‘가벼움’ 말고도 수많은 다른 트렌드들을 수반하고 있다. 그것들에 대한 검토 역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상기해 두자. ‘가벼움’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가벼움이 넘치는 것’은 나쁜 것이다) 이런 트렌드에 관한 가볍고 진지한 노력들이 당신의 브랜드에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참고자료]
- Collins Cobuild English Dictionary for Advanced Learners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쿤데라, 민음사, 1999)
- 네이버 국어사전
- 2004 세계 100대 브랜드 (인터브랜드 2005.1)
- 의류소비현황 (한국섬유신문 2005. 4. 11)
- ‘Making Lite Of The King’ (Business Week 2005. 3. 28)
- ‘[브랜드경쟁력]신라면-새우깡등 전통파워’ (머니투데이 2004. 11. 1)
- ‘소주 약해진다’ (파이낸셜뉴스 2005.12.13)
장인성 (메타브랜딩 플래닝실 / 팀장)
관련 URL : www.brandreport.co.kr